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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제가 받은 호봉엔 성과가 없었을까요?"



지난주 A시중은행 한 영업점에서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본 뒤 일어서려는 때였다. 행원이 멤버십 가입을 권유하며 재빨리 도너츠 할인 쿠폰을 건넸다. 어떻게 가입하면 되냐고 묻자 "스마트폰으로 앱 다운로드 받은 다음에 '이 숫자'를 입력하시면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이 가리킨 '이 숫자'는 사번(사원번호)이었다.

올 상반기로 기억을 더듬어봤다. 취재 중 만난 B시중은행 한 영업점의 30대 과장은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면서도 할당량 걱정을 했다. C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부지점장은 50대 나이에 최신 IT기기를 배우기도 했다. 아웃바운드 영업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기기를 만지는 그의 손놀림이 투박했다. 일명 '영업전쟁'에 대해 그는 장난스레 말했다. "남북통일도 은행원에게 맡기면 이뤄질 거라는 소리가 있어요." 웃으며 하기엔 슬픈 얘기였다. 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지난 26일 국내 시중은행은 모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시급한 현안'인 성과연봉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금융노조가 아닌 개별 노조와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에서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하는 은행권의 교섭 대표다. 27개 기관 중 22개 기관이 탈퇴하면서 협의회는 기능을 잃었고, 앞으로의 갈등은 불 보듯 뻔했다.

성과연봉제의 골자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의 격차를 확대하는 것이다. 사측은 예대마진 축소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고임금·저효율 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준 은행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200만원으로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의 연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과연봉제에 대해 은행원들은 '현실을 모르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현재도 성과평가지표(KPI)에 따른 영업경쟁·스트레스가 과도할 뿐만 아니라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같은 직급끼리도 경쟁을 하게 되면 불완전 판매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제도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제가 20년 넘게 호봉을 받았는데, 전혀 성과 없이 단지 연차 때문에 연봉을 받아왔을까요? 기자님이 보기엔 성과연봉제가 어떤 것 같으세요?"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그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둑한 은행장의 지갑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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