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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농협중앙회 거리제한에 속 타는 '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의 거리 제한 규정에 묶여 시중은행과의 점포망 경쟁에서 밀린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NH농협은행



농협금융지주 계열인 농협은행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쟁력도 함께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 노조 관계자는 7월 31일 "농협중앙회 규제 때문에 NH농협은행이 시중은행과의 점포망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라 점포수를 줄이고 있는 농협은행도 신도시 등 주요 지역에는 점포를 새로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앙회의 근간인 단위농협이 관계사인 농협은행 입점을 반대하고 있어, 은행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명박 정부의 농협사업구조개편으로 2012년 출범했다. 이에 앞서 2011년 3월 농림수산식품부는 "신용사업을 분리하여 농협은행을 설립해 시중 금융기관과 경쟁 가능한 조직형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신경(신용부문과 경제부문) 분리였다. 문제는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가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농협은행 노조는 "사업 구조개편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점포 신설은 커녕 이전도 제대로 못한다"고 꼬집었다.

◆ 은행 위에 중앙회, 그 위에 단위농협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농협의 지배구조에 있다. 전국 지역 단위농협이 출자해 농협중앙회를 만들고, 중앙회 지분이 100%인 농협금융지주 계열의 농협은행 입점을 단위농협이 막는 식이다.

농협은행으로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지배구조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은행 점포 확장에 대해 "이런 문제는 노조가 농림부에 서신을 보낼 게 아니라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노력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거리 제한 규정 개정은 이사회에서 할 수 있다"며 "은행이 개정 요청을 하는 등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은행 측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거리 제한을 줄이면 중앙회의 근간인 단위농협이 피해를 보는데 은행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중앙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거리제한을 지켜도 회원조합이 반대하면 은행 점포를 못 세우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 농협은행 점포망 시중은행의 절반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서울지역의 5개 은행 점포 가운데 농협은행이 179개로 가장 적다. 나머지 은행은 323~397곳으로 농협은행과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KB국민은행은 362곳, 신한은행 323곳, 우리은행 387곳, KEB하나은행이 397곳이다.

이런 상황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농협은행은 379개 점포인 반면, 다른 은행은 577~673곳으로 압도적이었다. KB국민은행이 673곳, 신한은행 577곳, 우리은행 623곳, KEB하나은행 점포가 592곳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농협중앙회의 '회원조합지도·지원규정'에 있다. 규정 제73조 2항에 따르면 "점포 신설 시 회원조합과 일정 거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농협은행 노조 측은 "지난 2012년 농협 사업구조개편으로 중앙회 신용회계로 분류된 은행사업 부문이 주식회사로 분할 설립됐다"며 "그럼에도 농협은행이 거리간격 제한을 적용 받아 사업에 지장이 크다"고 주장한다.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에서 타행 대비 점포망이 열세인데다, 거리 제한 규정을 지키기 위해 은행점포가 핵심 상권의 배후지역에 개설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지난 6월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보낸 서신에서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역에서 직선거리 700m 이상 떨어진 곳에 기업금융 점포를 개설하려 했지만, 지난 4월 유가농협의 반대로 승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대도시의 경우 거리 제한이 400m인데도 단위농협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서신에서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회원조합의 반발로 타 은행에 점포 개설 최적지를 빼앗기는 경우는 헤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은행 "주요 지역 점포는 필요하다"

한편 농협은행은 올해 안에 점포 수를 50여개 줄이는 게 목표다. 핀테크 발전과 비대면 거래 수요 증가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에 최대 48개 점포를 통폐합할 예정"이라며 "요즘 대면 거래를 원하는 고객이 줄고 있어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통폐합된 농협은행 점포는 6곳이다.

사정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국내 은행들의 점포 운영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2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다. 최근 3년간 줄어든 점포는 420여 곳이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약 200여개를 없앴다. KEB하나은행 점포는 70곳이 증발했다. 국내은행 점포수는 지난해에만 137개가 없어졌다. 그 중 100개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됐다.

그러나 농협은행 측은 "전체적으로 점포 통합을 하는 추세지만, 신도시 등 주요 지역 점포는 필요하다"면서 "점포개설 거리제한 등 불합리한 농협 내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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