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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태생 다른 성우그룹·보광그룹, 유사한 비운의 역사

핵심사업 매각등 계열사 뿔뿔히 흩어져

태생은 다르지만 비슷한 비운의 역사를 가진 두 그룹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그룹의 방계인 성우그룹과 삼성그룹 사돈기업인 보광그룹이 그들이다.

시멘트에서 시작한 성우그룹은 자동차, 레저, 건설, 전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의 면모를 갖췄지만 모태가 된 현대시멘트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47년 그룹 역사도 서서히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전자 회사에서 태동해 레저와 유통, 반도체 등으로 광폭 행보를 보였던 보광그룹도 신사업인 반도체가 복병이 되며 사업부문을 매각했고, 또 다른 주력군인 레저부문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일부 사업 매각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성우그룹, 모태가 된 현대시멘트까지 매물로

성우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한라그룹 창업주인 고 정인영 회장이 둘째 형, 현대산업개발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현재 생존해 있는 KCC그룹 정상영 회장이 동생이다.

정순영 회장은 큰 형(정주영 회장)이 운영하던 현대건설에 취직해 부사장까지 올랐다.

그러다 시멘트사업부를 갖고 나와 현대시멘트를 차렸다. 1969년 12월의 일이다. 현대시멘트는 70~80년대 도로 및 아파트 등의 건설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은 1994년엔 연산 700만t 규모의 대형 공장으로 거듭났다.

시멘트 부문 성장에 힘입어 성우그룹은 현대종합금속, 성우오토모티브, 성우종합레저산업, 성우종합건설, 성우전자 등을 잇따라 설립했다. 성우그룹이란 명칭은 1995년부터 공식 사용했다. 정식 명칭은 현대시멘트·성우그룹이었다.

정순영 회장은 1997년 그룹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네 아들에게 바통을 넘겼다.

큰 아들 몽선씨가 그룹을, 둘째 몽석씨는 현대종합금속을, 셋째 몽훈씨는 성우전자를, 넷째 몽용씨는 성우오토모티브를 각각 물려받았다.

몽선씨가 경영을 총괄하던 성우그룹은 시멘트와 레저를 두 축으로 200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위기는 소리없이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공장에 재고는 쌓여갔고, 수주도 급격히 감소해 일감이 떨어졌다. 또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이 시공하려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딛히며 채무보증을 섰던 약 8000억원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 모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성우그룹을 손수 키워온 정순영 회장은 2005년 10월 세상을 떠 그룹의 워크아웃행을 보질 못했다.

시멘트와 함께 성우그룹의 또 다른 성장축이었던 661만㎡ 규모의 강원도 횡성 현대성우리조트도 결국 매각했다. 지금은 신안그룹 품으로 넘어가 '웰리힐리파크'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사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던 정몽선 전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20년이 채 안된 지난해 이사에서도 최종 해임되며 그룹의 모태였던 현대시멘트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후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EB하나은행이 24.43%로 대주주인 현대시멘트는 현재 사모펀드(PEF)와 일부 대형 시멘트회사들이 인수를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창업주의 4남인 정몽용 회장이 현재 자동차 부품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현대성우홀딩스로 그룹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보광그룹, 핵심인 반도체 매각, 레저도 '반쪽'

보광그룹은 고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1983년 TV 브라운관을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엔 보광이었다. 홍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인이자 홍라희 리움 관장의 부친이다. 보광은 설립후 4년 후에 TV브라운관 부품 공장을 준공하고 자판기 운영사업에도 뛰어들었다. 89년에는 편의점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일본 브랜드인 '훼미리마트'를 가져와서다.

90년부터는 그룹의 핵심으로 성장한 리조트사업을 시작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보광휘닉스리조트다. 95년부터 97년까지 3년에 걸쳐 스키장, 콘도, 골프장 등이 제모습을 드러냈다. 보광은 그후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경기 이천 휘닉스스프링스 등으로 레저 분야를 확장했다.

그러면서 보광은 삼성그룹의 품에서 떠나 독자 생존하게 된다. 1999년의 일이다.

보광은 안정적인 레저산업을 기반으로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STS반도체통신을 인수(2002년)하며 반도체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이후 위테크(2005년), 에이원테크(2005년)를 잇따라 사들이며 반도체 부문에서도 몸집을 키워갔다.

'레저+반도체' 투트랙으로 그룹의 면모를 갖춰간 것이다. 어느새 그룹 계열사는 40개를 훌쩍 넘었다. 2007년부터는 중앙일보와도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홍진기 전 회장의 네 아들 가운데 맏이인 홍석현 회장은 중앙미디어그룹을, 홍석조·홍석준·홍석규 세 아들은 보광그룹을 맡는 것으로 정리가 된 셈이다.

지금도 보광그룹은 회장을 맡고 있는 홍석규 회장이 가장 많은 28.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석조·석준, 그리고 여동생인 라영씨가 각각 23.75%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위기는 신산업에서 찾아왔다. 반도체 시장이 악화되면서 STS반도체의 경영상황도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거래처였던 삼성전자도 도움이 되질 못했다. STS반도체는 누적된 손실과 계열사 코아로직에 대한 지급보증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2015년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다.

그룹의 두 축 가운데 한 축이 중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결국 STS반도체는 지난해 에스에프에이(SFA)에 매각되면서 SFA반도체로 간판이 바뀌었다.

반도체 사업뿐만이 아니다. 자금난을 겪던 보광그룹은 골프장 휘닉스스프링스를 운영하던 보광이천을 올해 BGF리테일에 1301억원에 매각했다. 훼미리마트를 버리고 CU로 브랜드를 갈아타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둘째형인 홍석조 회장이 대주주(34.82%)로 있는 회사다.

형이 사업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를 통해 형이 막내동생을 도와준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보광이천까지 떼어보낸 보광그룹은 현재 보광휘닉스리조트와 제주에 있는 휘닉스아일랜드 운영사인 보광제주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그룹'이라는 글씨도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성우나 보광처럼 창업주의 사업 수완과 친인척 인맥을 활용해 사업에 뛰어들어 확장을 하며 한 때 그룹의 반열에 올랐던 곳들도 결국 선택과 집중, 투자 결정 등에서 실패하며 몸집이 줄어든 예는 많다"면서 "현대 우리 기업사의 흥망성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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