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노희영의 브랜드 만들기]가장 한국적인 비빔밥으로 세계를 비벼내다

10편- 비비고 (bibigo) 2부



비비고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로스엔젤레스, 런던, 싱가포르의 세 도시에서 동시에 시작해 베이징, 도쿄로 확장하겠다는 계획 하에 진행됐다. 2010년 UCLA 부근의 비비고 Westwood점을 1호점으로 시작해 2년간 5개 도시에 11개 점포를 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비비고팀의 사명감과 열정, 무모한 도전의식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서울에서 사업하던 사람들이 부산에 가서 사업을 시작해도 그 도시의 특색이나, 상권, 고객들의 경향을 몰라 힘들 터인데, 하물며 우리는 '하면 된다'는 정신 하나만으로 첫 매장을 미국 LA에 오픈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보수와 진보가 함께 공존하고 융화되는 국가이지만, 다른 문화를 처음 받아들일 때, 특히 식문화를 받아들일 때는 분명히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그래서 재료와 맛은 다를지라도, 형태와 주문 방식은 그들이 가장 익숙한 방식을 차용했다. 소비자가 직접 각각의 재료와 소스를 골라 조합하는 DIY(Do It Yourself)방식의 QSR(Quick service restaurants) 형태가 그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대표메뉴인 '비빔밥' 또한 그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최선의 메뉴였다. 재료 하나하나를 육안으로 볼 수 있으며, 기호에 따라 재료의 선택도 가능한 메뉴. 또한 한 그릇의 비빔밥에는 우리가 나타내고자 하는 한식의 모든 우수성이 모두 담겨 있었다.

비비고(Bibigo)는 전통 한식의 철학인 '비빔'과 편리함과 현대성을 상징하는 '고(Go)'의 합성어로 만들어져 있다. 신선한 제철재료가 발효의 깊이를 만나 더욱 건강해지듯, 밥·국·찬·장이 한 상에 펼쳐질 때 더욱 완벽해지듯, '비빔'이란 서로 소통해 좋은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채워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재료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맛과 영양밸런스. 한 그릇의 비빔밥 안에도 탄수화물, 단백질, 섬유질이 조화롭게 구성돼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을 이룬다.

동일한 양의 시금치도 데쳐서 '나물'의 형태로 조리해내면 생으로 먹을 때 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어 섬유질 섭취에 용이하다. 한식은 이처럼 들여다 보면 볼수록 우수하다.

갓 지은 밥에 갓 무쳐 낸 제철나물이어야 제 맛인 그 비빔밥을 맥도날드 식의 퀵서비스로 운영하겠다는 일념으로 삶은 야채의 홀딩 가능시간, 염도에 대한 테스트 등 거의 화학 실험에 가까운 연구가 이어졌다.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끝도 없는 테스트와 선진국의 도시계획 및 엄격한 허가 과정 등……. 불가능할 것만 같던 수천 개의 퍼즐을 풀어가며 미국에서 첫 삽을 뜬 이래로 3번의 도시 미관 심의 과정인 공청회를 거쳐 1년 만에 오픈을 했다.

오픈 첫날 150m까지 줄을 섰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성공의 축배를 들었고 자신감에 넘쳐 런던 올림픽에 맞춰 런던의 Great Marlborough St.에도 오픈을 했다. 런던 오픈 또한 매체들의 주목을 받았고 올림픽 기간 동안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세간에 회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축제 분위기는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런던은 오랜 식민통치에 의해 홍콩의 딤섬, 인도의 커리, 타이 음식 등 아시안 음식의 퓨전이 이미 80년대 Vong을 시작으로 Zuma, Nobu, Roka 등의 레스토랑을 통해 대중화돼 있었다. 비비고도 그 영향으로 퓨전식의 메인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건 나의 전략의 실패였다. 그런 스타일의 퓨전은 이미 일식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도 했거니와 코리안 레스토랑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식품기업인 CJ가 제대로 한식 글로벌을 시작한다는 것에 한껏 기대를 가졌던 런던 프레스들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런던 프레스들은 비비고에서 선보이는 음식은 한식이 아니며 여타의 퓨전 레스토랑과 다르지 않고 특별함이 없다는 부정적인 글을 게재했고 약속한 듯 고객 조차 급감했다. 우리는 망연자실했다. 여기서 포기하고 문을 닫고 돌아가야하는지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여정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는 재오픈하는 마음으로 가격, 메뉴 등을 밤을 세워 재정비했다. 런더너들이 좋아할 진정한, 가장 토속적인 한식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연구 끝에 영국의 블랙푸딩과 같은 순대, 스튜 같은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를 내놓았고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미국 역시 고기류는 두툼하게 잘라내야만 만족도가 높은 소비자의 반응 등을 고려해 모든 메뉴를 다시 재정비하여 한국적인 메뉴를 그들의 기호에 알맞게 수정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10월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브랜드 레스토랑으로는 최초로 '2014 미슐랭가이드' 런던판에 등재되는 쾌거도 이뤄냈다.

퀵서비스레스토랑 형태로 외국인들에게 친숙함을 강조한 비비고 매장



전 세계의 각지에서 우리가 소개하는 한식을 즐기게 하겠다던 우리의 비전은 현실이 됐다.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 비비고 프로젝트는 모두의 노력으로 빠르게 세계 속에 자리를 잡았고, 지금도 확장 중에 있다.

비비고의 비빔밥



비비고 해외매장에는 비비고를 찾은 스타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