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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은행에 쌓아둔 기업예금 347조, 기업도 가계도 ‘돈맥경화’ 심화

기업이 은행에 쌓아둔 돈이 347조원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사상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돈이 많이 풀렸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예금 잔액은 경제규모가 커지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경기부진이 길어지고 투자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계와 기업이 돈을 쓸 여건이 안돼 은행 예금에 돈을 묻어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예금 347조…예금회전율도 낮아져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지난 3월 기준 4.0회에 그쳤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4.1회~5.1회(2008년 10월~2009년 12월)보다 낮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 및 소비 등을 위해 예금을 인출한 횟수로,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낸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예금자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은행에 묻어두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은행 예금회전율은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줄곧 4회를 웃돌다가 2012년 2·4분기 3.9회로 떨어졌다. 2013년 3.7, 2014년 3.8, 2015년 4.0회로 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브렉시트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경향도 심해졌다.

기업예금은 3월 말 현재 347조4076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348조554억원에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위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이 장기간 돈을 묻어 두고 있는 저축성예금은 297조4843억원으로 2008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였다. 기업이 자금을 잠시 맡겨두는 요구불예금(49조9234억 원)도 두번째로 높았다.

반면 기업들의 투자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총고정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3.8%에서 올해 2.1%, 이중 설비투자는 5.3%에서 -3.0%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안유미 연구원은 "한계기업이 증가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실물경제도 악영향을 받는다"며 "한계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환경이 조성되도록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도 고객 자산가도 돈을 안쓰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예금은행(시중 지방 특수은행 등 포함)의 평균 예금 잔액은 1180조2046억원으로 2008년 이후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중 가계 예금 잔액은 570조9748억원으로 같은 기간 사상 최대치였다.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고액의 예금 계좌가 크게 늘었다.

여유가 있는 고액 자산가도 은행 금고에 돈을 쌓아 두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은행 예금 중 10억원이 넘는 저축성예금, 금전신탁, 양도성예금증서의 계좌 잔액은 모두 547조4820억원으로 2014년 말(491조1510억원)보다 56조3310억원(11.5%) 늘었다.

연간 증가액은 2014년 33조9120억원보다 66%나 많고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치다.

◆"돈 쓸 곳이 없다"

예금금리가 낮은데도 이처럼 예금 잔액이 불어나는 것은 가계나 기업, 공공부문 등 경제주체들이 마땅히 투자할 데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최근 1년간 -9.8%로 원금을 까먹고 있다. 대부분의 혼합형·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예금 이자를 따라잡지 못했다. 물가를 감안하면 원금 손실 수준이다. 1900선 중반까지 떨이진 증시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게다가 부동산 대출 규제 등 정부의 잇단 억제 정책으로 투자심리가 워낙 냉각된 데다 투자 대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영업이익이 나도 수익금을 그대로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는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19대 국회에서 중간금융지주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이나 M&A 등에 적극 나설 형편이 안되는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예금이 급증한 것은 투자를 했을 때의 기대수익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자금을 계속 쌓아둔 결과"라며 "금융시장을 전반적으로 보면 저금리로 워낙 많은 돈이 풀려 있어 부동자금이 많아졌지만, 어느 방향으로 돈이 향할지는 예측하기 힘든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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