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250%를 달라. 현재 9일인 여름휴가를 11일로 이틀 더 늘려달라. 조합원 100명 이상에 대해 해외 연수를 보내달라. 퇴직자 수만큼 신규 사원을 자동 채용해달라."
최근 어느 회사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단체협상 자리에 내놓은 주장이다.
이 회사는 소위 잘 나가는 회사가 아니다. 과거엔 잘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조 단위로 불어난 부채에다 '수주절벽'에 내몰려 일감이 곧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무직 과장급 이상의 동료들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부와 채권단은 희망퇴직 정도로는 성이 안 찬다며 보다 강력한 자구노력을 내놓으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그야 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보내달라거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과연 제대로 생각이 박힌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노조는 회사가 이렇게 어려워진 책임의 상당수가 경영진에 있다며 '투명한 경영의 공개'와 노조의 사외이사 1명 추천권도 요구했다. 경영상 중요 사항의 심의결과는 노조가 요청할 경우 즉시 설명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경영진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해 경영에 실패했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회사의 핵심 구성원인 노조가 경영에 일부 참여해서 회사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감시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하지만 회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과급이나 해외연수를 논하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일부에서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소리도 들린다. 외부에서 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위태위태한데 내부에서는 아직도 과거의 호황기를 잊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며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 것 자체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민간회사에 왜 국민의 세금을 거둬서 지원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7809만원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각종 복지혜택까지 감안하면 '귀족 노조'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사무직은 구조조정으로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에서도 '노조'란 울타리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주장을 요구하는 이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국민의 정서와 괴리된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고, 오래 가지 못한다. 집안이 어려우면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 어려움부터 이겨내야 한다. 집안이 망해가는데 자기 하고 싶은 걸 해달라는 건 떼를 쓰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최근 또 다른 대기업도 노사가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 회사 노조 역시 "회사가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노조는 조합원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에서 후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발언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회사가 어려우면 노조도 회사의 어려움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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