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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회화는 적과 싸우며 공격과 수비를 행하는 하나의 전투무기다-피카소의 게르니카

파블로 피카소/게르니카/캔버스에 유화/349x776cm/1937/레이나소피나 미술관/출처:위키아트



1937년 4월 26일 오후, 스페인 북부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 비행기 한 대가 날아와 폭탄 6발을 떨어뜨린다. 이 후 수십 대의 독일 전투기가 나타나 마을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한다. 4시간 동안 진행된 이 폭격으로 15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죽게 된다. 피카소는 전투로 인해 민간인이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그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평생에 남을 걸작을 그리기 시작한다.

한 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미친 듯이 이 작품에 몰두한 피카소는 높이 3m 이상, 길이가 7.7m에 달하는 화폭 속에 폭격의 참상을 담는다. 그리고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1937년 파리 국제박람회 행사에 맞춰 출품한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조각난 인물들이 괴로움에 소리치고 있다. 그림의 왼편부터 보면 불에 휩싸인 집, 죽은 아이의 시체를 안고 울고 있는 여인, 부러진 칼을 쥐고 쓰러진 병사, 초점을 잃고 어디론가 향하는 여인, 울부짖는 말, 램프를 들고 있는 여인….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들이 잿빛으로 표현되어 있다.

1940년 여름, 나치가 파리를 점령했을 당시 파리의 모든 전시가 금지된 시기, 하루는 나치의 비밀경찰이 피카소의 아파트에 들이닥쳐 자신들의 만행을 그린 이 작품을 보며 소리쳤다.

"당신이 한 짓이오?"

피카소는 차분히 대답한다.

"아니오. 당신들이 한 짓이오."

피카소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눈만 가지고 있으면 화가가 되고 귀만 있으면 음악가가 되고 가슴 속에 하프만 가지고 있으면 시인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요. 아닙니다. 예술가는 하나의 정치적 인물입니다. 회화는 아파트나 치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화는 적과 싸우며 공격과 수비를 행하는 하나의 전투무기 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화가들은 우리의 현실 속 곪아터진 문제들을 찾아 온 열정을 다해 화폭에 담고 있을 것이고, 먼 훗날 우리는 그 화가들의 그림에서 미처 잊고 지나쳤던 개인의 무관심들과 무리가 되어 저지른 과오들을 상기할 것이다. 잘못을 잊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잘못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것이다. 예술가는 사회와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라 사회 안과 옆에서 자신의 소리를 작품으로 표출하여 더 넓은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될 때 정치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닌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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