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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시위에 갇힌 대한민국…상인도 수험생도 시민도 갇혔다

[르포]시위에 갇힌 대한민국…상인도 수험생도 시민도 갇혔다

1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 파이낸스센터 앞 상인들. 대부분의 상인들이 개점 3시간이 지나도록 개시를 하지 못했다./연미란 기자



[메트로신문 연미란·오세성·채신화 기자]"아휴 말도 하지마….개점한지 3시간 지났는데 아직 하나도 못 팔았어. 시위하는 사람들이나 경찰들이나 이게 다 뭐하는 짓이야."

초겨울 빗줄기가 약해진 14일 낮 1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사거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오징어를 팔던 상인이 주위를 둘러본 후 기자에게 이 같이 말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었다는 이 상인은 3시간이 되도록 아직 개시를 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구름이 가득한 이날 광화문 일대는 시위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어카를 끌고 나온 상인들이 더러 보였다.

세종로 사거리 나머지 3곳 중 서울시청 광장 방면으로는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 등이 노동개혁, 쌀값 폭락,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각종 현안을 놓고 부분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경복궁 방향에는 경찰들이 집회 상황을 살피느라 분주했고, 서대문·종로 양방향은 참가자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와 경찰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집회에 갇힌 상인들 "소음에 손님 다 떨어져 나가"

청계천 광장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60대)씨는 이날 오전 빨간 조끼를 입은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자 "소리 때문에 너무 시끄럽다. 문을 닫아도 새어들어오는 소음에 손님들이 들어왔다가 도로 나간 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시위가 있으면 무섭지,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장사가 안 될까봐. 메르스 지나간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빛초롱축제 장터에서 일본식 먹거리를 파는 김모(53)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님 없어 수면 취하는 청계천 빛초롱축제 상인/채신화 기자



집회 참가자들의 소비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기대는 엇나갔다. '내수시장 침체다', '경기 불황이다' 말들은 많지만 실제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더 추웠다. 청계천 장터의 한 상인은 "경기 불황으로 매출은 늘 좋지 않았다"면서도 "경기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꼭 이럴 때 집회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근처에서 닭요리를 하던 상인은 "집회한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막상 보니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는 것 같다"고 안심했지만, 몇 시간 뒤 과격 시위와 과잉 진압이 벌어지자 이내 걱정스런 낯빛으로 뒤바꼈다.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대규모 집회를 연 14일 오후 6시경 코리아나 호텔에 투숙했던 유커들과 시민들이 입구부터 느껴지는 최루액과 캡사이신의 매캐함에 당황, 입을 틀어막은 채 자리를 빠져나오고 있다./연미란 기자



◆시민·관광객 '최루액 물대포'에 콜록콜록…아수라장

집회 참가자들이 집결하기로 한 오후 2시 30분이 되자 차벽을 세우는 경찰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차벽에 막힌 집회 참가자들이 오후 5시경 경찰 버스 바퀴에 밧줄을 걸어 끌고, 경찰이 이들에게 최루액 섞인 물대포를 쏘자 겁에 질린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대치 현장 반대쪽인 서울시청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팔짱을 끼고 심각한 얼굴로 "Surprise(놀랍다)"를 연거푸 내뱉었다. 설상가상 13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테러로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져 이 같은 공포감은 더욱 커졌다. 코리아나호텔에 투숙했던 유커들도 입구부터 느껴지는 최루액과 캡사이신의 매캐함에 당황, 입을 틀어막은 채 자리를 빠져나왔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막는 것도 모자라 지하철 입구도 촘촘히 막아선 통에 당황한 관광객들이 우왕좌왕하는 등 오후 6시경 광화문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집회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질, 경찰의 과잉진압이 거세지면서 메르스 사태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관광시장에도 덩달아 먹구름이 꼈다.

◆'논술' 수험생, 집회 소식 알고도 발 동동

오후 3시 성균관대학교 인근 대학로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시민·청년학생들의 행진이 시험 이후인 4시로 변경되면서 우려했던 대규모 교통대란은 피했다. 이날 논술시험 등이 예정됐던 나머지 11곳도 집회 현장과 거리가 걸어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날 대입 논술·면접을 치른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진땀을 뺐다. 중복 지원으로 단시간 내에 이동을 해야 하는 학생들과 자가용을 끌고 나온 학부모들은 대중교통 혼잡으로 시험에 늦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아저씨 더 빨리요…." 14일 12시 40분부터 진행된 성균관대학교 사회계열 수시모집 논술시험 시험 시간을 10여 분 남기고 한 수험생이 퀵서비스 오토바이로 시험장에 향하고 있다./오세성 기자



'시험 잘 봐야 할텐데….' 수험생 자녀와 동행한 학부모들이 시험에 들어간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이 날 수험생들은 한양대와 성균관대 등 인근 학교들을 오가며 시험에 응시했다./오세성 기자



2016년도 성균관대학교 인문계 수시모집 논술시험이 1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40분까지 진행됐다. 이 날 성균관대학교 인근 대학로와 광화문 일대에서는 10만명 규모의 민중총궐기 집회가 진행됐다./오세성 기자



성대 인근에선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 퀵을 타거나 뛰는 학생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인천에서 일찍 출발했다는 박형일(19)씨는 "서울역 환승할 때를 빼곤 편하게 왔다"면서도 "수능이 막 끝나고 다들 힘든 때인데 꼭 (집회를) 이 때 했어야 했나 싶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수현(19·서울 중구) 씨는 "아버지가 차를 태워주셨는데 (집회 현장을)우회해서 왔는데도 차가 많이 막혔다"고 말했다.

성대 정문 앞에서 만난 퀵서비스 기사 기호영씨는 "대학로는 평소에도 막히는 곳인데 오늘 (시위 때문인지) 훨씬 막혔다"면서 "한양대에서 오전 시험을 치른 학생을 태우고 지금 성대에 왔다. 이제 다시 숭실대로 가야 한다"고 자리를 떴다. 이종식 씨도 "(오토바이로) 한양대에서 성대까지 오는데 25분 걸렸다. 차로는 55분 걸린다고 하더라. 차를 탔으면 제시간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대란이 우려돼 대중교통을 선택한 부모들도 많았다. 정복심(50대·영등포)씨는 "시위가 있다고 해서 영등포에서 여기(혜화)까지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엄청 붐비더라. 시위 때문에 다들 지하철을 탔는지 사람이 많아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집회를 우려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통대란은 피했지만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학부모 김유진(50대·광진구)씨는 "퀵이 빠르다고 듣긴 했지만 너무 위험해서 이용할 생각도 못했다"면서 "수능 끝나고 바로 논술이 잡혀서 애들이 긴장 상태인데 꼭 오늘 집회를 했어야 했나 싶다. 원망스럽다"고 쓴 소리를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신지현(충남 서산)씨도 "왜 이 (수능) 시즌에 시위를 했어야 했는지…. 집에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경찰은 도심 혼잡을 우려해 이날 도시철도공사에 요청, 오후 6시 52분부터 10분가량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무정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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