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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오베라는 남자'를 그린 그 남자-박오롬

오랫동안 알던 동생이 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수더분하게 웃는 그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착한 산적을 닮았다. 이를테면 나쁘게 부를 쌓아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 재물을 훔쳐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그런 착한 산적 말이다. 그 동생의 직업은 애니메이터였다. 우리 학교 미대에는 애니메이션과가 없었다.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했던 나는 늘 그 동생을 보면 신기했다. 모두가 남루하고 가진 것이라고는 열정뿐이었던 이십대 시절 그는 그 누구보다 단연 남루했고, 작업에 대한 열정도 돋보였다. 그를 만나려면 남산에 있는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 가야했고, 그는 비슷한 행색을 한 친구들과 그 곳에서 거의 하숙하다시피 살았다. 커피도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만 마셨다. 그래도 나는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또래들이 매달리는 취업전선에 휩쓸리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하는 그 동생이 늘 멋져보였다.

그는 자신을 닮은 사람들을 자주 그렸다. 세상일에 관심 없어 보이는 눈빛, 듬성듬성한 수염, 반항심과 익살스러움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표정…그가 그려내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껄렁껄렁했지만 정감이 갔다.

그림1, 2-박오롬 作



어느 날 그에게 우리 교육원 아이들의 캐리커처를 부탁한 적이 있다. 하루 이틀 사흘 …그는 100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의 인상을 정확히 포착하여 위트 있게 그려냈다. 내 눈에 그는 렘브란트보다 감각적인 초상화가였다. 그렇게 이십대의 수많은 사계절을 꾸준히 작업한 시간 덕에 그가 그린 한 장의 그림이 올해 상반기 서점가를 뜨겁게 달궜다.

그림 3, 4-오베라는 남자 표지와 표지 그림 원작



스웨덴의 유명 블로거 프레드릭 배크만이 쓴 소설 '오베라는 남자. 이 남자의 한국판 북커버를 탄생시킨 장본인이 바로 그, 박오롬이다. 이름부터 특이해서 나는 늘'넌 이름자체가 특별하니 특별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 말했었다. 그런 그가 해냈다(엄연히 내 기준에는 해낸 거다).'오베라는 남자'의 한국판 소설 표지 속 캐릭터를 멋지게 창조해낸 것이다. 유럽에서 이미 밀리언셀러였던 책이기에 국내에서의 인기 역시 보장받고 들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겠지만, 이 동네에서 잘 팔린 물건이 무조건 저 동네 가서도 잘 팔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가 창조해낸 '오베'라는 캐릭터가 책의 인기에 한 몫 톡톡히 해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출간된'오베라는 남자'의 표지들 중 한국판 표지가 가장 주목성이 뛰어나다. 다른 나라에서 출간된 표지에 비해 우리나라의 표지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만화처럼 표현해서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때로는 소설을 읽기 전부터 소설 속 주인공의 성격을 다 알아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드는 표지를 만나게 된다. 나에게는 '오베라는 남자'가 그랬다. 표지만 봐도 한 눈에 이 남자가 보통이 아닌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림 5-다른 나라의 '오베라는 남자'표지



그림 6, 7-박오롬 作



그는 '오베라는 남자' 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고 한다. 외국인을 특히 자주 그리던 그의 작업물을 보고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연락을 받아 운명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인물의 리얼리티한 표정과 색채가 소설의 대문인 표지작업을 하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소설책의 표지, 앨범 커버 등의 작업을 꾸준히 하는 그는 매일 밤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골몰히 새로운 캐릭터들을 탄생시킨다. 나는 그가 만든 캐릭터들이 영화 토이 스토리처럼 생경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종종 상상한다. 그리고 그의 캐릭터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역할을 임무 받고 모험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작품출처: 작가 블로그 http://oromism.blog.me/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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