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용기 기자]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잇따르면서 타사 제품을 들어 경쟁 차종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겨뤄보자는식이다. 신차발표회·기자간담회 등의 행사에서 자사 신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 관계자들은 경쟁사의 차종과 비교하며 '깍아 내리기' 식의 홍보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심스러워 하는 편이다. 상도에 어긋날뿐더러 도움이 안된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가 발표한 '2004년 대비 2014년 자국 생산 증가량·증가율' 자료를 들여다보면 타사 '깍아 내리기'식 홍보 전략이 보기 좋지는 않다. A4 7장에 달하는 자료에는 10년간 자국생산량이 감소한 GM(제너럴모터스), 포드, 토요타 등 경쟁업체의 생산량 감소 추이가 보기 좋게 요약돼 있다. 단연, 현대·기아차의 자국 생산 증가량·증가율은 돋보였다.
세계 완성차업체 5위의 현대·기아차가 최근 중국시장 부진과 국내 판매량 감소에 따라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고 경쟁사 '깍아 내리기'를 하는 듯 보여 안타깝다.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성과 발표를 지켜본 경쟁사 관계자들은 낯설고 불편해 한다. 기자들도 이 같은 경쟁사 생산량 감소 내용은 빼거나 줄여 기사를 작성한 것이 많다. 이자료에서 GM과 PSA의 인력감축, 임금동결 등의 불편한 과거들을 기재했다. 현재 현대차는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돼 노동조합의 파업이 예상되고 기아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기아차의 자국 생산량·생산율 증가로 국가경제에 기여했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비교방법은 눈살을 찌푸리게한다. 현대·기아차도 자사의 임단협 결렬, 파업, 사내하청 노동자 해고 논란 등의 내홍이 경쟁업체의 성과발표 자료에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