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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변호사의 BizLaw]저작권표시문구를 둘러싼 이상한 분쟁

김재헌 법무법인 천고 대표 변호사



나는 20년 전 Ronald Dunn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판한 적이 있다. 계약상 내가 번역저작권자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 사는 내 친구가 번역서를 한국에서 출간하려고 한다.

번역출판계약서에는 번역저작권이 내 친구에게 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내 친구는 번역저작권 표시 문구에 자기 이름이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다시 말하면 '한국어판저작권은 OOO에게 있습니다'라는 문구에 자기 이름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한 것이다. 자기가 번역저작권자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출판사는 난감해 하면서 그렇게 못한다고 하였다. 대신 '관행'대로 'OOO출판사에게 한국어판저작권이 있다'는 표시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계약상 번역저작권은 번역자에게 있다고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 이 사실을 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한 것이다. 번역자를 저작권자라고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출판사가 내 친구의 저작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출판사의 주장은 번역자가 저작권자임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저작권표시문구에는 출판사가 저작권자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는 번역자인데 왜 출판사가 저작권자로 표시되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본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지만 번역본의 저작권은 출판사에 귀속한다는 구조자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는 책에 자신이 저작권자로 표시되지 않으면 번역출판계약서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저작권자'라고 설명하고 다녀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한국에서 출판된 번역서 중에서 번역자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문구를 사용한 책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번역자를 저작권자로 표시하지 않고 "한국어판저작권은 OOO출판사에게 있다"고 표시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몰랐는데 내가 20년 전에 번역한 책도 그렇게 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노르웨이의 유명한 범죄소설 저자인 Jo Nesbø의 경우 영문판 'Phantom'이라는 책을 출판함에 있어 번역자를 번역저작권자라고 책에 표시하고 있다. 'Translation copyright @ 2012 by Don Bartlett'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Nesbø의 다른 책도 마찬가지이다. '

한국의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 출판한 경우 번역자를 저작권자로 표시해 주는 많은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인 'Please Look After Mom'에서도 영문번역저작권이 번역자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Translation copyright @ 2011 by Chi-Young Kim'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그 외에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영문판 'I'll Be Right There'도 번역자를 번역저작권자로 표시하고 있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영문판 '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도, 김영하의 '검은 꽃'의 영문판 'Black Flower'도 동일하다.

번역출판을 위해서 번역자와 출판권설정계약을 하는 경우 번역본에 대한 저작권은 번역자에게 있고, 출판권은 출판사가 가지는 것이다. 저작권자인 번역자가 자신을 저작권자로 표시해 달라고 했을 때에는 출판사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번역은 창작만큼이나 중요하다. 이제는 이 관행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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