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가 폭발해 용접작업을 하던 근로자 6명이 모두 숨졌다. 두께 약 20㎝의 콘크리트로 된 저장조 상부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폭발 충격이 컸던 데다, 작업자들이 폐수로 가득 찬 저장조에 빠지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컸다.

올 1월에는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숨졌다. 4월에는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옥상의 기덕트를 점검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3명도 질소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세월호 침몰참변이 일어나 국민 모두가 슬픔에 잠긴 가운데서도 현대중공업에서 작업중인 근로자들이 바다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한화케미칼 측의 설명으로는 작업이 이뤄지는 저장조 외부의 인화성 가스 농도는 측정했지만, 내부의 가스 농도는 측정하지 않았다. 인화성 가스가 가득한 저장조 위에서 화기작업을 하면서 필요한 선행조치를 망각한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안전불감증이 근본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기업에서 잇따라 사고가 일어나면 '반면교사'로 삼을 법도 하지만, 사고는 그침이 없다.

재벌기업에서 연이어 일어난 산업재해 사고에서는 대부분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희생을 당했다. 때문에 과거 재벌기업들은 사고가 날 때마다 그 책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곤 했다. 그런데 이런 사고들을 협력업체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작업의 성격상 협력업체에 일을 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안전대책만큼은 원청기업이 책임지고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협력업체에 책임을 미루기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왕국'이라는 오명을 영원히 벗어나기 어렵다. 재벌기업들은 이제 공장운영의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