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시이드 아웃'의 피트 닥터 감독./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피트 닥터 감독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감독 중 하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월-E'의 원안을 냈으며 '몬스터 주식회사'와 '업' 등 픽사의 대표작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픽사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상상력 속에 담아낸 인간적인 감성은 피트 닥터 감독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달 9일 개봉하는 '인사이드 아웃'은 피트 닥터 감독이 '업' 이후 6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명성에 못 미치는 평가를 얻었던 픽사가 오랜 시간 끝에 야심차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제29회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픽사의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11세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 있는 다섯 가지 감정인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의 감정, 그리고 기억과 무의식을 가상의 세계로 그려낸, 픽사 특유의 상상력이 빛난다. 고향인 미네소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라일리가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며 겪는 변화, 그 속에서 다섯 감정에게 닥친 위기와 모험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그 속에는 픽사가 자주 다뤄온 성장과 동심, 그리고 가족이라는 테마가 녹아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6일 오전 10시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이후 화상 기자간담회로 만난 피트 닥터 감독은 "평소 엉뚱하고 쾌활하던 딸이 11세가 됐을 무렵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때 딸의 머릿속은 어떨지 고민하다 감정을 의인화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영화의 구상 과정을 소개했다.
다섯 감정들 중에서도 영화는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이 함께 하는 모험은 형형색색의 화면과 함께 유쾌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유쾌한 모험의 여정에는 '기쁨과 슬픔은 하나'라는 삶에 대한 통찰력이 숨겨져 있다.
피트 닥터 감독은 "일반적으로 슬픔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특히 부모는 자식이 슬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품을 위해 연구하면서 슬픔의 기능과 목적을 고민했고 그 결과 슬픔이 유용한 감정임을 알 수 있었다. 슬픔도 유용한 감정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성인 관객에게는 잊고 있던 동심을 건드리는 뭉클한 장면도 있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이 영화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제발 영원히 자라지 마렴(This film is dedicated to our kids. Please don't grow up. Ever)'이라는 자막도 등장한다. 어른이 돼도 동심의 소중함을 잊지 않겠다는 지극히 픽사스러운 장면들이다.
피트 닥터 감독은 "픽사의 많은 직원들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다. 픽사의 직원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라며 "성장해서 어른이 될지라도 인간을 만드는 핵심을 놓치지 않으려고 픽사의 직원들과 함께 늘 고민한다. 작품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또한 피트 닥터 감독은 "인생에서 중요한 건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과의 관계다. 행복한 시간을 나눈 사람과의 경험이 그런 관계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나를 화나게 했던 이와의 관계 또한 우리를 성장시킨다"며 "이 영화를 통해 공동체에 있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수록 인생이 더욱 풍부해진다는 걸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