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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클림트의 그림 ‘우먼 인 골드’ 속 비밀

1500억 원,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가 1907년에 그린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이 팔린 가격이다. 세상을 놀라게 한 최고의 경매가를 지닌 초상화를 한 번 만나보자.

그림1/클림트/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1/1907/캔버스에 유채와 금/138x138cm/



그림 속 주인공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는 누구일까?

그녀는 1881년 부유한 오스트리아의 금융업자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본인보다 18살이나 연상인 부유한 사업가 페르디난트 블로흐와 결혼한다. 어느 날 남편 페르디난트는 당시 빈에서 인기 있던 클림트에게 자신의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주문한다. 37세의 클림트는 18세인 그녀를 모델로 만나 점차 친해졌다. 누군가 보면 삼촌과 조카뻘이라고 하겠지만 둘의 관계는 추측하건데 모델 이상 연인 이하 그 어딘가 쯤에 존재했다. 아델레 바우어는 그다지 귀엽고 예쁜 외모는 아니었지만 또래 숙녀들에 비해 성숙했고, 어른스러웠다. 사람들은 지금도 여성을 대할 때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클림트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와는 어떤 관계였을까? 다양하게 추측한다.(클림트는 미치 짐머만과는 육체적인 사랑을 하여 아들을 낳았고, 에밀로 플뢰게와는 정신적인 사랑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2/클림트/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1/1907/캔버스에 유채와 금/138x138cm



그림3/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모습



금세공업자의 일곱 남매 중 둘째이자 맏아들로 태어난 클림트에게 금빛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색이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 금빛이 흘러내린다. 특히 그가 그린 아델레 바우어의 초상은 그녀의 얼굴과 살며시 보이는 손 이외에는 모두 패턴으로 뒤덮여 있어서 환상적이다. 그녀가 금빛 문양 속에 있는 것인지, 금빛 문양이 그녀를 뒤덮은 것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아무렴 어떤가. 실제로 이 그림 앞에 서면 세상의 모든 금빛을 품은 황홀함에 빠져들고 만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도 클림트에게 당장 달려가 초상화를 부탁했으리라.

그림 속 아델레 바우어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고 있다. 그녀는 어릴 적 사고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자신의 상처를 보다듬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천상 약점을 숨기고 싶어 하는 여자다. 클림트는 7년간 이 작품을 그렸다. 그만큼 정성을 쏟았고 그 기간과 비례하여 둘의 관계는 친밀해졌다.

올해 봄에 방문했던 뉴욕의 노이에 갤러리에서 나는 찬란한 금빛 숲속에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이 작품을 매입한 컬렉터가 바로 노이에 갤러리(Neue Gallery)를 만든 수퍼커렉터 로널드 로더이다.(세계적인 화장품브랜드 에스티 로더를 창업한 에스터 로더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아델 바우어의 초상을 보려면 뉴욕으로 가야만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 노이에 갤러리 지하에는 어린이 들이 그린 ‘아델 바우어의 미국행’이라는 주제로 또 다른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오랜 시간 있던 그녀가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온 사건을 기념하며 오스트리아 초등학생 소년, 소녀들이 그린 그림들이 내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린이들이 그린 이 그림들 속 아델 바우어는 마치 ‘굿바이 오스트리아!’라고 외치는듯하다.

그림4 뉴욕 노이에 갤러리 풍경/Ⓒ이소영



그림5 어린이 들이 그린 ‘아델 바우어의 미국행’/2015년 5월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서/Ⓒ이소영



(자유의 여신상을 만난 아델 바우어, 너무 옷이 갑갑해서 벗어던진 아델 바우어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클림트가 그린 이 작품을 배경으로 한 영화 <우먼 인 골드> 가 7월9일 개봉한다. 1938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델 바우어와 페르디난트 블로흐 부부는 나치에 의해 오스트리아 정부에 모든 그림을 몰수당한다. 자녀가 없던 아델레 블로흐 부인에게는 아끼던 조카가 한 명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영화 속 주인공인 ‘마리아 알트만’이다. 마리아 알트만은 자신의 숙모 부부가 죽은 뒤 국가에게 빼앗긴 클림트가 그린 그녀의 초상화를 다시 되찾고자 국가를 상대로 8년 간 소송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마리아 알트만’은 말한다.

“사람들의 눈에는 오스트리아 최고화가의 명화로 보이겠지만, 제 눈에는 숙모가 보입니다. 제게 인생을 가르쳐 주던…빼앗긴 걸 되찾는 건 당연한게 아닐까요?”

조카인 마리아 알트만에게 이 그림을 남긴다는 숙모의 유언을 찾아 시작된 외롭고도 긴 그녀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볼만한 영화이다.

그림6/2015년 7월 개봉 영화 ‘우먼 인 골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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