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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신경숙 표절 논란, "마녀 사냥식으로 풀 일이 아니다"

소설가 신경숙



[메트로신문 김민준 기자]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 씨는 한 온라인 매체 기고문을 통해 신 작가의 소설 '전설'이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설'을 펴낸 창작과비평(창비)은 방어에 나섰지만 문단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19일 "표절문단을 일벌백계하고 출판권력을 바로잡아 달라"며 신 작가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검찰 고발까지 동원되자 문학계는 다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는 21일 "검찰수사는 해괴한 일"이라며 "성숙하고 진지한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씨도 "글 쓰는 사람들이 글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법정 공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신 작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최아무개씨는 이번 논란에 대해 "이익 집단으로 변질된 한국 문학계의 밥그릇 싸움이 결국 폭발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1963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난 신경숙은 15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구로공단의 닭장 같은 집에서 살았던 그는 동남전기에 취직해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영등포여고를 다녔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공부를 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최씨는 "신경숙은 소위 말하는 한국 문학계의 주류가 아니다. '공순이' 출신으로 대학도 당시 전문대였던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나왔다. 신경숙은 자신의 삶과 경험을 소설로 옮기는 대표적인 작가다. 그의 초기작 '외딴방'을 보면 학창시절 어려웠던 삶이 그대로 표현된다. 하지만 신경숙이 '엄마를 부탁해'로 인기작가가 되면서 그의 투명하고 창작력이 돋보이는 문장이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된 출판사가 만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표현에 따르면 현재 한국 출판계는 스타 작가를 만들고 몇 몇 스타작가의 인기에 편승해 소설을 찍어내듯 만든다. 두세달씩 호텔에 감금하다시피 하며 원고가 마감될 때까지 못나가게 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쥐어짜다 보니 표절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어 "한국 문학계는 특정 대학 출신들의 이른바 주류라인이 있는데 여기에 편입되지 못한 신경숙에게는 적이 많다. 특히 신경숙이 너무 잘나가다 보니 이를 아니꼽게 보는 작가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작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국 문학계가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신경숙 작가도 침묵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지만, 문단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냥사냥식으로 상황을 몰고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다음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에서 표절이 문제되는 부분(출처=허핑턴포스트코리아)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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