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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무뢰한] 비정한 세상, 진심을 향한 허망한 손길

영화 '무뢰한'./CGV 아트하우스



'무뢰한'(감독 오승욱)은 한 남자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차에서 내려 허름한 주차장을 걸어나가는 이는 형사 정재곤(김남길)이다. 살인 사건 현장을 찾아가는 정재곤의 뒷모습은 곧이어 살인범 박중길(박성웅)과 그 애인인 김혜경(전도연)의 섹스 신으로 교차된다. 절정의 순간 박중길은 김혜경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하지만 김혜경은 그런 박중길을 더욱 뜨겁게 끌어안는다. 한때 잘 나가던 룸살롱 마담이었던 김혜경에게 박중길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절망과도 같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이 여인에게는 진심과 믿음만이 중요하다. 설령 그것이 허망한 결말을 안겨줄 지라도 말이다.

'무뢰한'은 비정한 세상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진심, 혹은 진실 같은 단어들은 영화가 그리는 세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면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하드보일드 그 자체다. 범죄와 마주하며 남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배신이라는 상처만이 남을 뿐이다. 정재곤의 몸에 새겨진 상처, 그리고 김혜경의 어두운 얼굴이 그렇다.

영화 '무뢰한'./CGV 아트하우스



문제는 이들이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상처가 공명하는 순간, 두 사람은 은연 중에 서로에게 손길을 내민다. 비정한 현실을 잠시나마 견딜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정재곤은 단란주점 영업부장을 가장해 김혜경에게 접근한다. 김혜경은 처음부터 정재곤이 거짓말로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러나 애인 없이 홀로 남겨진 김혜경에게 정재곤은 거짓이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믿어보고 싶은 유일한 존재다. 김혜경은 박중길에게도, 정재곤에게도 끊임없이 묻는다. "진심이야?" 그러나 그 질문의 대답은 하드보일드의 세계에서 찾을 수 없다. 결국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뿐이다.

영화는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을 묵묵히 바라본다. 이들이 지닌 내면의 심리를 관객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정적인 분위기의 영화는 성냥만 갖다 대면 불붙을 것 같은 메마르고 건조한 정서로 이어진다. 그런 가운데 펼쳐지는 액션은 날 것 같은 생생함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정재곤과 박중길이 처음으로 펼치는 숨 막히는 액션 신이 그렇다.

정재곤의 뒷모습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의 일그러진 얼굴로 막을 내린다. 사랑마저도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 비정한 세상의 결말은 그 자체로 참혹하다. 김남길의 마지막 표정, 그리고 전도연의 마지막 눈물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무뢰한'은 투박하지만 강렬하다. 한국에서는 쉽게 만나기 없는 제대로 된 느와르가 찾아왔다. 청소년 관람불가. 5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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