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사회일반

"근로자의 날은커녕...단기 방학 땜에 워킹맘은 죄인"

초중고교, 최장 10일간 ‘단기 방학’…“워킹맘 어쩌라고” 분통

"근로자의 날은커녕...단기 방학 땜에 워킹맘은 죄인"

초중고, 최장 10일간 '단기 방학'…"워킹맘 어쩌라고" 분통

근로자의 날과 초중고 단기 방학이 일제히 시작된 1일. 봄 관광주간(5월1일~14일)과 맞물려 인천공항은 사실상 전날부터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그러나 연휴를 누릴 자유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은 아니다./연미란 기자



"그러려니 해야죠. 출근하라니까... 입사 1년차에 회사를 신고하겠어요? 어쩔 수 없죠." "근로자의 날은 무슨... 당장 이 길고 긴 '단기 방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네요."

중소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는 남민호(31·가명)씨와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김순자(45·가명)씨가 각각 근로자의 날과 단기방학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근로자의 날과 초중고 단기 방학이 일제히 시작된 1일. 봄 관광주간(5월1일~14일)과 맞물려 인천공항은 사실상 전날부터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그러나 연휴를 누릴 자유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은 아니다.

정부가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킨다는 취지로 근로자의 날을 제정했지만 이를 시행하는 사업장은 그나마 양심 있는 곳에 한정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급휴일로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사업주의 말이 그 법 위에 있다. 이를 누리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연휴는 적어도 2일부터 시작인 셈이다.

올해 도입된 초중고교 단기방학도 마찬가지다. 학교재량이지만 90%가량이 최소 5일에서 10일까지 방학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이만 쉬게 된 까닭에 체험학습은커녕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부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누군가에겐 황금연휴인 이 기간이 또 다른 이들에겐 악몽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야심 찬 정책이 경제 논리에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 '유급휴일' 근로자의 날, 위반 태반 "신고 못 해"[/b]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의해 유급휴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하루치 일당을 받으며 쉴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근로를 해야 할 경우 사업자는 휴일노동수당 100%(5인 미만 사업장)~150%(5인 이상 사업장)를 지급하고 보상휴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누구나 쉬지는 않는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지난달 2040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날 휴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무원을 제외한 직장인의 27.7%가 이날 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3%는 근무여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절반 가까이가 노동절 근무를 하거나 그에 대한 인식이 불명확한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셈이다.

유급휴일임을 알고도 쉬지 못하는 근로자도 태반이다. 남씨가 그 케이스다. 남씨는 "회사에서 1일부터 3일까지 지방 출장을 가라고 했다"면서 "휴가 간다 생각하고 다녀오라더라. 어이가 없지만 회사를 신고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고용노동부는 위반 사업장 신고를 장려하고 있지만 사업자와 근로자의 관계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이를 신고할 수 있는 간 큰 이는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불이익 우려로 신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안은 없다"면서도 "근로자나 제3자가 용기를 내 신고를 하는 경우 최소한의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사측에 통보 시 언어 표현에 특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씨는 정부 정책이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의 날 일하는 곳이 많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올해는 관광주간이다 단기방학이다 들뜬 분위기가 더 심한 거 같다"며 "(정부 정책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구분을 더 명확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 [b]"근로자로서 권리도 중요하지만…엄마로서 의무가 우선"[/b]

초3 아들과 초1 딸을 둔 김씨는 근로자로서의 권리보다 엄마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현실이 속상하다. 아이들은 5일간 단기 방학에 돌입했는데 정작 아빠와 엄마가 쉴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근로자의 날은 무슨... 당장 이 길고 긴 '단기 방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휴일이 대목인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조리를 담당한다. 그는 "우리 애들이랑은 놀아주지 못하는데 정작 남의 집 애들 먹이려고 일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며 "단기 방학이 일하는 엄마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2015학년도 학사운영 다양화·내실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학사 운영 모델 중 하나로 단기방학을 제시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주간과 맞물려 학부모와 학생의 여행과 체험학습 등을 권장하는 취지로 확장됐다.

그러나 당장 근로자의 날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단기방학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가 돌봄 교실 등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문제를 해소하도록 했지만 이 기간 내내 운영하는 곳은 없다. 아이돌보미도 이 기간은 엄마로 돌아간다. 맞벌이 부모를 위해 불규칙적으로 초등학생들을 돌봐주는 한 아이돌보미는 "엄마들 사정도 안됐지만 다른 애들 봐주자고 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버릴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근로자의 날을 보장받는 워킹맘(일하는 엄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초1 딸을 둔 한 워킹맘은 "방학 중 며칠은 시어머니께 부탁드리기로 했다"며 "주변 워킹맘들이 눈치 보며 이런 식으로 아이를 맡길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얘기했다. 학교 재량으로 정하는 단기방학이 워킹맘 엄마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운영위원회'가 있지만 워킹맘들의 참여가 어렵다 보니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한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가 쉴 수 있는 근로 여건도 엇비슷하게 만들어준 뒤 이런 정책을 시행했어야 한다"며 "이 기간을 알차게 보내는 가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층에게는 휴일 자체가 부담이다. 여행을 가라고 강제하는 느낌이 드는 데다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한 워킹맘은 "단기방학 때 (부모가) 일을 해서 다행"이라며 "여행에 드는 비용이 부담된다. 아이도 차라리 엄마아빠가 일 때문에 여행을 못 간다고 알고 있는 게 더 좋은 거 같다"고 털어놨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