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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어벤져스2] 슈퍼히어로, 두려움이라는 적과 마주하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를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조스 웨던 감독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가장 힘들었다"는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영화를 보는 내내 체감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조스 웨던 감독이 연출했던 '어벤져스'는 비교적 간결한 이야기 구조에 드라마와 액션을 적절하게 배합한 오락영화의 본분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던 슈퍼히어로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지구의 위기와 맞서 싸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어벤져스'의 유일무이한 목표였다. 어벤져스 멤버들과 로키와 치타우리 종족이라는 명확한 선악의 구분, 그리고 위기를 통해 하나로 힙을 합쳐가는 슈퍼히어로들의 성장담은 액션 중심의 영화에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드라마를 탄탄하게 지탱하는 요소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마블 스튜디오의 이전 작품을 보지 않았을지라도 즐길만한 요소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어벤져스'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어벤져스2'의 출발점은 '어벤져스'와 다르다. 일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어벤져스2'가 다뤄야 할 것은 많고 또 복잡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아이언맨3'에서 시작된 2기를 통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무대가 커졌다. 지구에 한정됐던 영화의 무대는 토르의 고향인 아스가르드를 넘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활약하고 있는 우주 저 멀리까지 확장됐다. '어벤져스'의 뉴욕 전쟁과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쉴드의 붕괴를 경험한 슈퍼히어로의 갈등과 고뇌 또한 더욱 깊어졌다. '어벤져스2'가 '어벤져스'에 비해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띄게 된 것은 당연하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의 출발점은 '어벤져스'에서 로키가 지구에 놓고 간 창 치타우리 셉터다. 쉴드를 붕괴시킨 히드라를 격퇴하고 치타우리 셉터를 되찾기 위해 어벤져스 멤버들은 동유럽의 히드라 비밀기지를 급습한다. 이 과정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정신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로 인해 내면의 두려움을 환영으로 마주한다. '어벤져스'의 뉴욕 전투 이후 깊은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토니 스타크는 치타우리 셉터가 인공지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아내고 이를 활용한 울트론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외계의 그 무엇도 침입할 수 없는 "강철로 둘러싸인 세상"을 만들어 "지금 이 시대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는 그러나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어벤져스 멤버들과 지구를 다시 위기로 몰아간다.

'어벤져스2'의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어벤져스'와 유사하다. 거대한 적 앞에서 갈등과 실패를 경험한 어벤져스 멤버들이 다시 하나가 돼 적과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다만 '어벤져스'에서 멤버들이 콜슨 요원의 죽음이라는 외부적인 사건을 통해 하나가 된 것과 달리 '어벤져스2'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민과 갈등을 한데 아우르려고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에 스칼렛 위치, 퀵실버(아론 테일러 존슨), 비전(폴 베타니) 등 새로운 캐릭터까지 더해진 만큼 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제한된 시간 안에 모두 다루는 과정은 조금 버겁고 산만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스토리 전개에서 불친절한 면모도 보인다. 스칼렛 위치의 환영 속에서 발견한 진실을 찾아 런던으로 떠나는 토르의 에피소드가 그렇다. '토르' 시리즈에 출연한 셀빅 교수(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등장하는 이 장면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중요한 설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마블 코믹스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일반 관객에게는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면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2'가 전작보다 무겁고 진중해진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맞서는 적의 정체에 있다. 전작에서 적으로 등장한 로키와 치타우리 종족은 외부에서 다가온 위협이었다. 그러나 '어벤져스2'에서 슈퍼히어로들이 맞서는 울트론은 외부의 위협이 아닌 이들이 지닌 내면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적이다. "누구나 자기가 두려워하는 걸 만들어낸다"는 울트론의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잘 보여준다. 울트론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슈퍼히어로들은 고민에 빠진다. 어쩌면 자신들의 존재가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과연 자신들의 행동은 정당한 것인지를 말이다.

그러나 마블 슈퍼히어로들이 제 아무리 고민을 한들 DC 코믹스의 히어로가 될 수는 없다. 드라마에서는 무게감이 더해졌지만 액션에서는 전작을 능가하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동유럽의 가상국가 소코비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한국의 서울을 지나 다시 소코비아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채우기에는 충분하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 할 서울의 장면을 말하자면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이 나름의 비중으로 다뤄졌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헬렌 조 역할로 출연하는 한국 배우 수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슈퍼히어로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어벤져스2'가 각각의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든 것은 이들이 지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안과 두려움과 마주하면서도 우리는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벤져스2'의 마지막 장면이 묘한 흥분을 남기는 이유다. 12세 이상 관람가. 4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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