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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스틸 앨리스] 기억은 사라져도 여전히 남는 삶

영화 '스틸 앨리스'./그린나래미디어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을 영화 '스틸 앨리스'를 보면서 하게 됐다. 부와 명예, 명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스틸 앨리스'는 결국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그런 가치들이 아니지 않으냐고 넌지시 이야기를 건넨다.

영화는 뉴욕 콜롬비아대학교의 언어학 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의 이야기를 그린다. 열여덟 나이에 어머니와 언니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그녀는 모든 것을 가진 삶을 얻기 위해 쉼 없이 학문에 매달려왔다. 행복한 결혼 생활에 훌륭하게 자라난 두 딸과 아들까지 둔 그녀의 삶은 누가 봐도 완벽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평온했던 앨리스의 삶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알츠하이머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한다. 평생을 언어학 연구에 바쳐온 그녀는 단어가 점점 생각나지 않는 자신을 바라보며 부끄러움을 넘어선 수치심을 느낀다. 자신의 모든 것과 다름없는 기억을 잃어간다는 사실은 앨리스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 결국 그녀는 눈물과 함께 "내가 죽어가는 기분이야. 내 평생을 잃어버릴 것 같아"라며 무너져 내리고 만다.

알츠하이머라는 불치병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신파 드라마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틸 앨리스'는 오히려 덤덤한 시선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감정 변화를 올곧이 담아내 신파보다 더 큰 울림을 관객에게 전한다. 특히 주인공이 엘리트 출신의 대학교수라는 설정은 기억과 함께 지성까지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의 고통을 더욱 공감가게 만든다.

영화 '스틸 앨리스'./그린나래미디어



그 중심에는 앨리스 역을 맡은 줄리언 무어가 있다. 줄리언 무어는 내면에서는 존재의 붕괴를 겪고 있지만 그 아픔을 외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간 힘을 다하는 앨리스의 감정을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펼쳐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억상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명장면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 후반부의 장면을 기억하고 싶다. 병의 악화로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앨리스에게 작은 딸 리디아(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극 대본을 읽어주는 장면이다. 앨리스의 기억은 그렇게 사라져가지만 그녀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still)' 앨리스로 남아 있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12세 이상 관람가. 4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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