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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욕 먹고 일하는 알바 봤나요?"…CJ대한통운 욕설 논란

/뉴시스



"쌍욕 먹으면서 일하는 알바 봤나요?"…CJ대한통운 욕설 논란

매일 아침 8시 30분쯤 인천 부평역 근처에서는 다리를 절뚝이거나 어깨를 계속해 주무르는 등 몸이 성치 않은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날 밤 8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쏟아져 나오는 택배 물품을 쉼없이 여러 8톤 트럭에 상하차 한 아르바이트생들이다.

1일 아침에도 부평역 인근에는 경기도 이천이나 충청북도 옥천·청주 등 지방에서 택배 물품 상하차를 한 인원이 40여명 있었다. 일을 마치고 택배업체가 제공한 대절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올라온 것이다.

젊은 20대부터 나이가 지긋한 40~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은 한상자당 40kg에 달하는 택배 물품을 힘에 부쳐 옮기지 못해 업체 직원에게 욕설을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도 택배 상하차 일을 해봐서 이들의 고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기자는 택배 상하차를 경험하기 위해 옥천 CJ대한통운 택배공급센터로 이동했다. 알바천국·알바몬 등 아르바이트 고용 사이트에 수시로 택배 상하차를 하다 직원들에게 욕을 들었다는 글들이 올라와 확인차 일을 해봤던 것이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2013년 9월 3∼9일 회원 16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추석 기간 최악의 아르바이트 1순위로 택배 상하차(42.6%)가 꼽히기도 했다. 체력소모가 크는 등 정신·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옥천 CJ대한통운 센터는 해당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택배 물품을 한데모아 각지로 분산시키는 곳이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루 평균 택배물품 70여만개가 이 센터로 몰렸다. 추석·설날 등 연휴기간과 연말이 껴 있는 달에는 다른 달보다 10%가량 택배 물품이 더 몰린다는 게 CJ대한통운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아르바이트생 모집 등 인력충원을 협력업체에 맡기고 인력비를 지원한다. 이에 협력업체가 서울·경기·인천 등 지역에서 인력을 충원하지만 하루 수십만개에 달하는 택배 물품을 상하차한다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당시 기자는 오후 5시 30분쯤 부평역 인근에서 CJ대한통운 협력업체가 제공한 대절버스를 타고 옥천으로 이동했다. 버스 안에 들어서자마자 쉰내가 진동했다. 몸을 씻지 않은 노숙자들도 눈에 띄었다.

개인적인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돈을 못벌어 부인에게 쫓겨난 사람, 노숙자, 일찍 부모를 잃은 학생 등 스스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지 분위기는 다소 침울했다.

버스가 출발한지 10분도 안돼 대부분 곯아떨어졌다. 여기저기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한 대학생이 "잠을 자둬야 새벽에 일을 할 때 피곤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나고서야 옥천 센터에 도착했다. 출석체크를 하고 밥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단 메뉴는 동그랑땡 3개, 미역국, 김치가 전부였다. 반찬이 부실했지만 사람들은 밥을 고봉으로 올려 먹었다. 일할 때 허기가 지지 않기 위해서다.

오후 8시 30분쯤 협력업체 직원들은 한 버스로 같이 온 40여명을 상차와 하차를 할 인원으로 각각 분류했다. 기자는 상차 일을 맡았다. 8톤 트럭 한대당 2인 1조로 상차를 해야 했다.

택배 물품을 실고 각지로 운송할 트럭 화물칸 주변에 너저분하게 물품들이 쌓여갔다. 절인 김치가 담긴 포장박스, 쌀·소금 포대 등 족히 20Kg이 넘는 물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트럭 화물 칸에 무거운 물품을 쓰러지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야 돼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작업한지 1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인간이 할 일이 아니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기자도 힘에 부쳐 택배 물품을 쌓다 쓰러트리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작업반장은 "XXX야 똑바로 안해. 못하면 일당 없을 줄 알아", "힘도 못쓰는 X이 왜 와서 현장 분위기를 흐려. 미친X" 등이라며 욕설과 폭언을 서슴치 않았다. 한 중년 남성은 비교적 젊은 나이의 협력업체 직원이 욕을 하자 "너 몇살이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일부 협력업체 직원들이 험한 말을 한 것 같다"며 "감정 상하지 않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협력업체와 수시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장 등 협력업체 직원들의 욕설로 감정이 상한 것도 문제지만 엄동설한 탓에 정수기 물통들이 얼어 물도 마실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추위와 직원들의 욕설, 중노동을 이기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일당도 필요없다며 몰래 현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각 상차구역마다 트럭 2~3대에 물품을 실으니 오전 6시가 넘었다.

작업을 마쳤다는 직원들의 외침에 일제히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며 인천 방면의 버스에 올랐다. 얻은 것은 신체 여러 부위에 난 상처와 일당 7만원이 껴있는 흰봉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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