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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스타인터뷰] '장수상회' 박근형 "사랑 연기? 제 마음에서 다시 끄집어냈죠"

배우 박근형./라운드테이블(김민주)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는 고층 건물보다 논과 밭이 더 많았던 50~60년대 서울 변두리의 풍경으로 막을 연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꽃을 들고 서 있던 소년은 버스에서 한 소녀가 내리자 그녀를 쫓아가 들고 있던 꽃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오래 전 소설에 나올 법한 순정 어린 장면이다.

그러나 박근형(74)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이 첫 장면에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그의 첫사랑의 기억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제 고향이 정읍입니다. 하루는 측백나무가 길게 늘어서있던 정읍의 천주교회 앞에서 좋아하는 여학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여학생은 전주로 유학을 앞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그려서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를 주면서 '널 좋아한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차마 그 말을 못해서 카드만 손에 쥐고 도망치듯 나온 기억이 있어요. 그 친구가 초등학교 동창이어서 나중에 60살이 넘어 동창회에서 만나 그때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나도 아직 그때 그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껄껄껄' 웃은 적이 있습니다."

영화 '장수상회'./CJ엔터테인먼트



'장수상회'는 재개발을 앞둔 서울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첫사랑과 같은 설렘과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게 된 70대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58년 배우로 데뷔한 이래 연기라는 한 우물만 깊이 파온 박근형에게 '장수상회'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커다란 행운이자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애착을 느꼈다.

70대의 노배우의 로맨스 연기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박근형은 "70대의 사랑도 10대나 20대와 마찬가지로 초조하고 흥분되면서도 열정적인 기대감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젊은 날 많은 작품을 하며 쌓여왔지만 제 마음 밑에 가라앉아 있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작업이라 어렵지 않았습니다." 배우로 한 시대를 함께 지내온 윤여정이 상대 역인 금님을 연기한다는 사실도 큰 안심이 됐다.

배우 박근형./라운드테이블(김민주)



그렇다고 해서 박근형이 이번 작품에서 무난하게 연기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작품보다 더 치열하게 캐릭터를 연구하며 감정에 몰입했다.

"연극학도의 마음으로 캐릭터를 세분화해서 연기 플랜을 세운 것은 영화에서는 '장수상회'가 처음이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성칠의 반전이 크게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갈등이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세세하게 해석을 해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로맨티스트'라는 별명을 얻은 박근형은 이번 영화에서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할아버지로 낭만적인 면모를 마음껏 보여줬다. 성당에서 성칠과 금님이 함께 왈츠를 추는 장면은 '장수상회'의 가장 예쁜 장면 중 하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박근형은 "성당 안에서 춤을 추려니 죄송했다. 그런데 화면으로는 그렇게 예쁘게 나올 줄 몰랐다. 특별한 장면이었다"며 웃었다. 백일섭의 깜짝 출연에 대해서는 "촬영 3일 전에 알았는데 반가웠다. 재미있게 연기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배우 박근형./라운드테이블(김민주)



오직 연기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는 "이제야 철나는 배우가 됐다는 걸 이번 영화로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가 나려면 50년이 걸린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젊을 때는 자기 모양을 가지고서, 혹은 이야기꾼으로서 연기를 하죠. 그렇게 여러 형태로 변화하다 보면 철학이 생기고 '이것이 연기다'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50년은 지나야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저도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왔지만 실제로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런 선배와 함께 연기를 하면서 그것을 이어 받는 것이죠. 그렇게 50년을 연기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 억지 이론이 생깁니다(웃음)."

배우 박근형./라운드테이블(김민주)



'꽃보다 할배'를 통해 전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전에 느끼지 못한 강한 힘을 느낀다는 박근형은 그러나 후배 배우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서는 "가끔은 그 열정을 연기에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변함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연기에 대한 변함없고 확고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장수상회'로 스크린에서 건재함을 다시 보여준 이 명배우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3대가 연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박근형의 아들은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황금의 제국' 등에 출연한 배우 윤상훈이며 손주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연기 공부를 하고 있다). "3대가 연기를 하는 집안은 대한민국 최초일 겁니다. 아들과 손주와 함께 무대에 선다면 얼마나 가슴이 터질 것 같을까요? (웃음)"

배우 박근형./라운드테이블(김민주)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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