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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화장] 죽음 앞에서도 놓지 않을 생의 의지

영화 '화장'./명필름



나이 든다는 것을 서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아직 없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마음으로까지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장'(감독 임권택)을 보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서럽고 서글프지만 그럼에도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그 마음 말이다.

영화는 한 50대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정석이라는 이름보다 오상무라는 회사 직책으로 불리는 이 남자(안성기)는 막 아내(김호정)를 떠나보낸 참이다. 아내의 죽음 앞에 허망함을 느끼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먹먹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볼 뿐이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소변조차 제대로 눌 수 없는 남자가 아내의 장례식 준비에 앞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소변을 처리하기 위해 비뇨기과를 찾아가는 것이다.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남자는 투병생활을 하던 아내를 보살피던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내의 곁을 지키는 동안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었다. 회사에 새로 들어온 젊은 여직원 추은주(김규리)의 생기 넘치는 모습은 아내 간병에 지쳐가고 있던 남자에게 삶의 활력소와도 같았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 복잡한 마음을 남자는 아내의 장례식과 함께 정리해 나간다.

영화 '화장'./명필름



'죽어가는 아내를 곁에 두고 있는 한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마음이 빼앗기는 이야기'라는 시놉시스, 그리고 성기 노출 등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로 의도치 않게 홍보되고 있지만 '화장'은 그렇게 자극적인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철학적이며 때로는 관념적이기까지 하다.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직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고뇌는 단순한 욕망을 넘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으로 그려진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외면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생의 의지를 붙잡고 싶다는 그 마음을 영화는 그저 묵묵히 바라본다. 그 감정의 깊이가 보는 이의 마음을 처연하면서도 서글프게 만든다.

아마도 50대라는 나이를 경험하지 못한 이에게 '화장'은 다소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아름다움과 추함도, 삶과 죽음도 그 경계를 지운 채 받아들이게 되는 50대의 삶을 영화는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감정이 마냥 낯설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그 시기를 이미 지나온 70대 노감독의 관조적인 태도가 영화에 고스란히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4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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