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드맨'의 드럼 연주를 맡은 안토니오 산체스. 즉흥적인 재주풍 드럼 연주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이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을 받아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메트로 멕시코
올해 아카데미의 선택은 멕시코였다. 멕시코 출신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영화 '버드맨'으로 4관왕을 휩쓴 것이다. 이 작품은 독창적 이야기와 빼어난 카메라 기법 외에 재즈풍 드럼 비트로도 신선한 화제를 끌었다. 메트로 멕시코가 '버드맨'의 숨은 주역이자 세계적인 드럼 연주자 안토니오 산체스(44)를 만났다. 산체스는 멕시코시티 출신으로 다섯살 때부터 드럼을 시작해 10대 시절에 이미 프로 연주가로 이름을 날린 아티스트다. /타니아 모레노 기자·정리=장윤희기자
▲ '버드맨'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 2013년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작품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작업 제안을 했다. 평소 흠모한 감독과 일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 다만 드럼 솔로 하나만으로 영화 음악을 채워야 해서 조금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작업 내내 만족스러웠다.
▲ 영화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 첫번째 데모는 4시간 정도 걸렸다. 두 번째 세션은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음악 대부분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졌기에 첫번째보다 두번째 세션이 훨씬 더 힘들었다. 이미 한번 즉흥적으로 만든 것을 재해석하는 과정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영화 '버드맨'의 드럼 연주를 맡은 안토니오 산체스. /안토니오 산체스 홈페이지
▲ 작업이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 사실 매우 쉬웠다. 평소에 하는 것을 그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음악 또는 클래식 장르를 작곡하라면 매우 어려웠겠지만, 감독은 내게 즉흥적인 드럼 연주만을 요구했다. 내게는 자연스러운 작업이다. 데모 음악만 70곡을 만들었다.
▲ 어떠한 각오로 영화 음악 작업에 임했나.
= 관객들이 드럼 세트가 주인공 마이클 키튼(리건 역)의 머리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키튼의 일상의 일부로, 그가 느끼는 혼란스러움 그 자체가 드럼 비트로 구현되도록 노력했다. 영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드럼 소리가 영화에 덧씌워진 것인지, 키튼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극장이나 길거리에서 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감독과 내가 목표했던 것이다.
▲ 완성된 영화를 접했을 때 느낌은.
= 믿을 수가 없었다. 드럼 소리가 그렇게 두드러지게 편집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거의 드럼이 주인공인 것 같았다. 보통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은 관객이 어떠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지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버드맨'은 달랐다. 긴장감을 항상 유지하게 만들면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준다. 오케스트라 영화 음악 사운드처럼 관객을 조종하려 들지 않는다.
영화 '버드맨'의 드럼 연주를 맡은 안토니오 산체스. /안토니오 산체스 홈페이지
▲ '버드맨'이 오스카 4관왕을 받았는데.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느꼈던 흥분과 자긍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보통 아카데미는 보수적이고 꽉 막혀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다. '버드맨'이 음악상 부문에서 실격 처리된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씁쓸했다. 하지만 '버드맨'이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까지 받자 '내 음악은 영화 전반에 녹아있으니 결국 실격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매우 기뻤다.
▲ 영화 음악가로 계속 활동할 생각인가. 향후 계획은.
= 당분간 밴드 '마이그레이션(Migration·이동)'에 집중해 올해 두 장의 앨범을 낼 계획이다. 첫 번째 앨범은 정통 재즈 앨범이 될 것이고, 두 번째 앨범은 '버드맨' 주제와 약간 비슷하다. 작품의 원테이크 기법처럼 한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연주가 이어지는 곡이다. 이밖에 멕시코,유럽,남미,일본,중국 순회 공연이 예정돼 바쁜 한해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