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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위플래쉬’에서 경쟁이 낳은 광기를 발견하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믹싱상, 편집상을 수상한 영화 '위플래쉬'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200여석의 상영관을 가득채운 관객은 비수기 극장가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영화는 듣던 대로 대단했다. 촬영, 편집, 연기의 3박자 모두 부족할 것이 없었다.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예술가의 탄생을 목격하고 싶은 스승과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고 싶다는 야망으로 가득한 제자가 펼치는 극한의 대결은 흡사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드럼 연주가 펼쳐지자 관객들은 숨죽인 듯 스크린에 빠져들었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극장을 가득 채운 것은 예술의 경지를 목격할 때 나올 법한 경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플래쉬'의 마지막 장면을 놓고 통쾌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스승 플렛처(J.K. 시몬스)를 향해 보란 듯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앤드류(마일즈 텔러)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 예술가만이 느낄 수 있는 이 절정의 감정이 곧 '위플래쉬'가 전하는 통쾌함의 정체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남은 것은 통쾌함이 아닌 석연치 않은 감정들이었다. 플렛처와 앤드류의 관계에서 예술가의 이야기가 아닌 이 사회의 단면이 보였기 때문이다.

플렛처는 앤드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에게 경쟁을 강요한다. 그의 철학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어라'라는 명제와도 같다.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때는 인간적인 모욕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모습에서 성과만을 중요시 여기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성공 논리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래서일까. '위플래쉬'는 예술가의 이야기보다 경쟁이 낳은 광기의 섬뜩함을 말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플렛처의 광기는 앤드류에게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그를 인간이 아닌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이 통쾌함을 마냥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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