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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스타인터뷰] 절망에도 포기하지 않은 꿈과 열정, '조류인간'의 소이

배우 소이./라운드테이블(김민주)



밝고 귀여운 모습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이(35)는 "누구나 마음속에 절망은 있지 않냐"며 "한때는 방황의 아이콘이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태도에서 영화 '조류인간'(감독 신연식)에서 그가 연기한 소연의 모습이 살며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조류인간'에서 소이는 자신의 본명을 따온 소연을 연기했다. 15년 전 사라진 아내 한비(정한비)를 찾아 헤매는 소설가 정석(김정석)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정석의 여정을 함께 하는 인물이다. 한비가 어디로 간지 알고 있다며 정석을 안내하는 소연은 영화 내내 그 속마음을 감추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조류인간'./루스이소니도스



영화 내내 환한 웃음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소연이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 사람이 아닌 새로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연은 새가 되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 소이가 공감한 것은 바로 그 소연의 절망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있지만 내가 처한 환경이 그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할 때, 그리고 거울을 볼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아닌 모습을 발견할 때 정말 힘들죠. 그것이 곧 소연의 절망이자 저의 절망이에요. 웃고 있지만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인물, 그게 저거든요."

누군가는 이런 소이의 말에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어릴 적 부모님 덕으로 외국을 돌아다니며 생활한 점, 그리고 걸그룹 티티마 멤버로 1999년 연예계에 데뷔한 뒤 가수와 배우로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은 누가 봐도 부족할 것 없는 삶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소이를 티티마 데뷔 당시의 밝고 귀여운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배우 소이./라운드테이블(김민주)



그러나 소이는 "밝은 모습만이 내 전부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그런 모습만을 원하는 것이 마치 나를 부정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티티마 소이와 인간 김소연(소이의 본명) 사이에서 생겨나는 고민과 갈등이 곧 그가 지닌 절망의 정체다.

"열다섯 살 때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왜 우는지 몰랐죠. 그때부터 이미 어두운 김소연이 제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을 거예요. 그게 알에서 깨어난 게 스물네 살 때였어요. 그때부터 제가 돌보지 않은 어두운 모습을 끄집어내 탐방하기 시작했어요. 방황의 시기였죠(웃음)."

그럼에도 소이는 꿈꾸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저는 몽상가에요. 하지만 현실이라는 땅에 두 발을 내딛지 않고 꿈꾸는 사람은 '몽상가'가 아니라 '허상가'죠. 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공중을 떠다니는 느낌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방황의 시기에도 현실에 두 발을 내딛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배우 소이./라운드테이블(김민주)



소이는 '조류인간'의 소연이 가장 솔직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소연을 연기하면서 단 한 번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절망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 절망을 위로하면 솔직하지 못한 거잖아요. 그래서 제 밑바닥의 감정을 다 인정하고 끄집어냈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연기로 승화시키는 경험은 소이에게 배우로서 더욱 단단해지는 경험이 됐다. '조류인간'은 보다 당당하게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소이에게 특별하다.

소이는 "내게는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나 타고난 천재성은 없지만 대신 열정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금 그 열정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배우다. "마동석 선배님처럼 다작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른 배우처럼 색깔이 확고하거나 아니면 도화지 같은 배우도 되고 싶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제가 배우로서 가야할 길은 많은 작품을 하는 것이에요."

배우 소이./라운드테이블(김민주)



젊은 시절 말랑말랑하게 피어오르는 꿈과 감성은 나이가 들수록 딱딱하게 굳으면서 어느 순간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이는 "70살이 돼도 지금의 감성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제 소이에 대한 밝고 귀여운 이미지는 잊어야 할 때가 됐다.

"사람들에게는 이런 제가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대중의 시선을 신경 안 쓰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저는 아직 아티스트가 아니라서 저 자신을 어떤 이미지로 보여줄 능력은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자유롭게 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에요. 대중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존재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제 유일한 무기인 열정으로 끈기있게 제 자신을 표현한다면 언젠가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거라고 믿어요."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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