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12일 팔려다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실패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재추진한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보유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중 502만2170주(13.39%)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 중이다. 정몽구 회장 지분이 180만주(4.8%), 정의선 부회장 지분이 322만2170주(8.59%)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두 사람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조정된다.
예상 매각가격은 5일 현대글로비스 종가(23만7000원) 대비 2~4% 할인된 22만7520~23만2260원으로 정해졌다. 블록딜 대상 물량이 전량 소진되지 않을 경우 주간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에서 잔여 물량을 인수한다.
지난해 2월14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과 특혜성 거래를 하면 총수나 해당 계열사에 과징금을 물리고 심하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한화S&C 등 4개 기업과 함께 1년간 유예기간을 받아 다음달 14일부터 적용을 받는다.
정 회장 부자는 지난달 12일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할 수 있는 지분 13.39%를 블록딜(대량매매)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기관투자자들 역시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된 매각인데다 물량이 워낙 많고 거래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아 매각은 무산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3%가량을 매각하는 것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 이와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차례 블록딜에 실패해 전략이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승부수를 띄운 것은 법 적용 이전에 지배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