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 공청회가 국토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릴 뻔 했다 무산된 일이 있었다. 강당을 점거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소속 공인중개사들로 인해 김경환 국토연구원장의 개회사 후 정작 중요한 토론은 취소된 것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공인중개사는 "애초부터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가 아니었다. 정부가 이미 중개보수 인하를 결정한 뒤 사실상 통보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그는 공청회 자료에 들어 있다던 설문조사를 들었다. 설문조사에서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대답했는데, 질문이 "중개수수료가 비싼가?"라였다는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그런 질문을 하는데 어느 누가 "싸다"고 대답하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중개수수료가 싼가?"로 바꿨다면 "싸다"라고 답변하는 사람이 많았을까?
얼마 전 전세 계약을 위해 부동산을 찾았다. 한참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전셋집을 기다리던 터라 그날 아침 나왔다던 집을 보고선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낸 중개수수료가 부가세까지 합쳐서 70만원이었다.
만약 기자에게 "중개수수료가 싼가?"라고 물었다면 그래도 "비싸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계약서 한 장을 70만원이나 내고 쓰면서 "부동산 돈 벌기 쉽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 않았다는 거짓말일 테니 말이다.
물론, 계약을 하기까지 매도-매수인 또는 임대-임차인 사이에서 조율하고, 권리관계를 분석하는 등 중개업소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 2~6%에 이르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1% 미만인 우리나라의 수수료율은 오히려 저렴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이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느끼는 이유는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여전히 주택 매매와 전·월세를 단순히 중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일 확률이 높다. 선진국에서는 주거·공업·상업용 전문 중개는 물론, 컨설팅·법률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 중개가 아닌, 전문적인 컨설팅과 관리를 받은 소비자에게 "중개수수료가 비싼가?"라고 물어보자. 어떤 대답이 나오게 될지. 정부의 이번 중개수수료 인하안을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중개업계 스스로도 전문성 강화와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