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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콩밥 먹는다"는 말의 역사



콩밥은 영양만점에 맛도 좋다. 반면 우리말 이미지는 최악이다. 왜 그럴까? 예전 교도소에서 콩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콩밥 먹는다"는 말과 지금 교도소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콩밥=교도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것을 보면 재소자에게 콩밥은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교도소에서 콩밥이 사라진 것은 1986년부터다. 지금은 쌀 90%, 보리 10%의 잡곡밥이지만 앞으로는 100% 쌀밥을 제공한다고 한다. 반면 옛날에는 주로 콩밥을 먹었다. 재소자 영양도 고려하고 값도 싸기 때문에 콩밥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감옥이 그렇게 휴머니즘이 넘치는 곳이 아니다.

1957년 형무소 재소자들은 쌀 30%, 보리 50%, 콩 20%가 섞인 잡곡밥을 먹었다. 콩이 20%면 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때는 더했다. 1936년 형무소 식단표에는 쌀 10%, 콩 40%, 좁쌀 50%로 적혀있다. 이 정도면 콩덩어리에 좁쌀 몇 알 붙은 수준이다. 하루 세끼 이런 콩덩어리를 먹는다는 것은 고역이다.

얼마나 먹기 싫었으면 콩밥 먹는다는 말이 다 생겼을까? 콩밥이 어떤 식사였는지는 1936년 신문에 실린 동시(童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콩밥을 보면 넌더리가 나요. 우리 집은 매일 콩밥만 짓지요. '엄마, 나 콩밥 먹기 싫어, 쌀밥 지어, 응'하고 졸랐더니 엄마는 '없는 집 자식이 쌀밥이 뭐냐. 어서 먹지 못하겠니'라며 부지깽이를 들고 나오셨다. 나는 꿈쩍도 못하고 안 넘어가는 콩밥을 억지로 넘겼지요."

교도소에서 쌀밥을 준다니 느낌이 묘하다. 앞으로 "콩밥 먹는다"는 말 대신 "쌀밥 먹는다"는 말이 생기겠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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