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절정이었어야 할 10월을 떠올려보니 곱게 물든 단풍은커녕 ‘최저기온 경신’ ‘한파 주의보’ 등 반갑지 않게 찾아온 추위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올해와 같은 ‘가을 실종사건’뿐만이랴. 언제부터인가 ‘사계절의 나라’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짜증나리만큼 더운 여름과 살인적인 추위의 겨울밖에는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이상 기온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니겠지만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가을을 점점 누릴 수 없게 된 아쉬움과 더불어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지기까지 한다.
직업 특성상 해외생활을 많이 하기에 뉴욕이건 파리에서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e-메일 체크부터 한다. 참 편리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해야겠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나라 또는 지구상의 ‘자연’이나 ‘환경’ 따위는 남일같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서울특별시 CO2닥터명예홍보위원(환경부문 홍보위원)을 맡게 된 이후 환경관련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이제부터라도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늘 그때뿐이었기에 부끄러워진다. 일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쓰레기 분리수거나 일회용 건전지 대신 충전식 건전지를 사용한다든지, 하루 정도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행동이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행동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이제라도 환경단체 또는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환경관련 캠페인 및 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의견을 대변해줄 수 있는 서명 한번이 ‘환경보호’에 얼마나 큰 힘을 실어주는지 따져본다면 뿌듯해질 것이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훗날 아버지가 돼 자녀에게 가을을 대표하는 낭만 가득한 가요 ‘가을 편지’의 한 소절(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을 불러주면 자녀로부터 이런 질문이 되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아빠! 낙엽과 눈이 얼어붙어 그거 떼느라 고생하는 가을인데 무슨 낙엽이 쌓인다는 거야?” 정말 아찔하고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