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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지상범 입시 토크] 5등급제 전환에 막힌 N수생 수시...보완책·대응 전략 시급

지상범 JSB진로진학연구소장.

◆ 내신 제도의 급격한 격변이 초래한 대입 지형의 구조적 균열과 세대 간 리그의 분리 현상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는 대한민국 대입 역사상 가장 기묘하고도 파괴적인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고교 내신 체제가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되는 첫해인 만큼, 당초 교육계의 이목은 내신 변별력 약화와 그에 따른 대학별 고사의 부활 여부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이 내놓은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안이 마주한 첫 번째 거대한 균열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바로 'N수생에 대한 수시 진입장벽의 전면적 통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10개 대학이 일제히 졸업생의 수시 지원 자격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입시 시장은 현역 재학생과 졸업생 간의 이른바 '세대 간 대입 리그 분리'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는 단순한 전형 기술의 조정을 넘어, 입시 패러다임의 구조적 전복을 의미한다.

 

대학들이 단행한 N수생 제한 정책의 본질은 '내신 산출의 이종(異種) 결합 거부'에 있다. 9등급제 시절 상위 4%만이 쥘 수 있었던 1등급의 가치와, 5등급제 체제에서 10%로 확대된 1등급의 가치를 대학이 평면적으로 비교 평가하기란 불가능하다. 과거의 엄격한 데이터와 현재의 완화된 데이터를 하나의 저울에 올렸을 때 발생할 공정성 시비와 수험생들의 행정 소송 리스크를 대학들이 '지원 자격 박탈'이라는 초강수로 원천 차단한 것이다. 교육의 계속성과 수험생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 대학들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기대어 특정 집단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박탈했다는 비판이 분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대학의 결정은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대의명분 이면에 도사린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복잡한 다층적 평가 모델을 개발해 학생을 다각도로 검증하기보다는, 아예 특정 집단의 진입 경로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행정적 소요를 최소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번과 졸업 연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기회의 불평등을 마주하게 됐으며, 입시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다시 한번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 주요 10개 대학의 통계 자료가 입증하는 N수생 수시 차단 벽의 폭발적 증가세

 

통계는 이러한 대학들의 계산과 입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명확하게 입증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 주요 10개 대학의 2028학년도 수시 모집 중 N수생 지원이 제한되는 전형의 총 선발 인원은 무려 4,894명에 달한다. 직전 연도인 2027학년도의 1,942명과 비교하면 단 1년 만에 2.5배(2,952명)가 폭증한 수치다. 이는 10개 대학 전체 수시 모집 인원인 2만 2,064명의 24.2%에 해당한다. 상위권 대학 수시 원서 네 장 중 한 장은 졸업생이 아예 가위질당한 셈이며, 이는 상위권 대입을 준비하는 졸업생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으로 작용한다.

 

특히 정량평가 중심의 학생부교과전형은 사실상 '재학생 전용 리그'로 완전히 재편됐다. 전체 제한 인원 4,894명 중 무려 83.3%인 4,079명이 교과전형에 집중돼 있다. 기존에 졸업생 제한을 두지 않으며 N수생들의 든든한 패자부활전 무대가 돼주었던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이 일제히 제한 규정을 신설한 결과다.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가 수시 선발 인원의 31.5%인 728명을 차단해 가장 거대한 벽을 세웠고, 고려대(672명, 27.1%)와 연세대(564명, 24.0%)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곳은 중앙대로, 전년도 86명에 불과했던 제한 인원을 497명으로 5배 이상 늘렸다. 심지어 고려대는 정시 선발 인원의 30.2%(489명), 서강대는 14.4%(90명) 규모의 전형에서조차 N수생 지원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수시에서 밀려난 졸업생들이 정시로 후퇴하는 길목마저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통계적 수치는 단순한 수험생 분산을 넘어 상위권 대학들이 졸업생 집단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 재학생의 확고한 방공호 구축과 N수생의 단선적 외길 선택이 불러온 명암

 

이러한 지각변동은 재학생과 N수생 모두에게 극단적인 외길 선택을 강요하며 대입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놓는다. 현 고교 2학년 이하 재학생들에게는 교과전형이라는 확실한 '방공호'가 마련됐다. 최상위권 N수생들의 유입이 원천 차단되면서 내신 1등급 누적 비율 확대(4%→10%)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쟁자가 사라진 무대에서 재학생들은 한층 안정적인 수시 지원 전략을 구상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라는 표면적 명분을 강화하는 기반이 된다. 재학생 입장에서는 해마다 증가하던 재수생 공포증에서 벗어나 오롯이 고교 교실 내부의 경쟁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된 셈이다.

 

반면 N수생들은 수시 퇴로가 끊긴 채 정시 올인이라는 단선적 선택지로 내몰렸다. 9등급제 시절 1~2등급의 우수한 내신을 확보해 둔 졸업생이라 할지라도 이를 활용해 상위권 대학 수시에 도전할 기회 자체가 봉쇄됐기 때문이다. 수시 카드가 학생부종합전형 일부와 논술전형으로 극단적으로 좁아짐에 따라, N수생들은 강력한 수능 변별력을 확보해야만 하는 정시 전장으로 밀려나게 됐다. 이는 재수 비용의 상승과 수험 기간의 장기화를 유도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뿐만 아니라 수시라는 완충 장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수능 시험에 모든 사활을 걸어야 하는 졸업생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 과도기적 입시 공포가 촉발한 2027학년도 수시 시장의 기괴한 풍선효과와 혼란

 

문제는 이 2028학년도의 구조적 변화가 시차를 두고 현재 입시 시장에 기괴한 '풍선효과'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치동을 비롯한 전국의 사설 대입설명회와 2026년도 최신 입시 자료집들이 쏟아내는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한다. "올해가 9등급제 내신을 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2028학년도부터 수시 진입이 불가능해진다는 공포감은 전국의 대학생 반수생과 재수생들을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수시 시장으로 급격히 끌어당기고 있다. 다음 세대의 문이 닫히기 전에 반드시 이번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그림자가 올해 고3 재학생들에게 역대 가장 치열한 수시 경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내신 우수 졸업생들이 올해 마지막 수시 교과 카드를 대거 던지면서 2027학년도 수시 합격선은 폭등할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재학생과 졸업생 간의 정면충돌로 인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제도의 급변이 예고된 유예기간 동안 수험생들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과도기적 혼란은 예측 불가능한 합격선의 변동을 야기해 일선의 진학 지도 교사들마저 데이터 부족을 호소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 온라인 미디어와 사설 학원가가 주도하는 공포 마케팅과 교육 가치의 왜곡 현상

 

주요 교육 전문 유튜브 채널과 전문가 집단의 분석 역시 이러한 혼란과 시장의 왜곡을 고스란히 방증한다. 현재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과 사설 학원가는 대학별 계획안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팩트 체크를 넘어, 당장 올해 입시에 미칠 여파를 경고하는 위기론과 공포 마케팅으로 양분돼 있다. 5등급제 내신 전환과 N수생 차단 조치를 재학생의 역대급 기회로 포장하는 자극적인 영상들이 조회수를 올리는 사이, N수생의 수시 퇴로 차단에 따른 논술전형 경쟁률 폭등을 예고하는 불안 섞인 전망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고 방황하기 일쑤다.

 

대학의 행정 편의주의가 특정 세대의 지원 자격을 박탈했다는 공정성 비판론부터, 고교 1학년 때부터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 파이터로 돌아서는 고교 교육과정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까지 백가쟁명식 진단이 이어지고 있으나 대안은 부재하다. 미디어가 생산하는 정보의 과잉과 사설 학원가의 발 빠른 마케팅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며, 대입 제도가 지녀야 할 교육적 가치를 단순한 합격 기술의 영역으로 함몰시키고 있다.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을 해야 할 미디어와 학원가가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켜 사교육 수요를 자극하는 기형적인 순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 교육 당국의 정책적 보완책 마련과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강화가 시급한 이유

 

정부와 대학은 이 거대한 혼란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적 보완책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교육 당국은 9등급제 졸업생과 5등급제 재학생의 성적을 공정하게 보정할 수 있는 표준 변환 점수 모델이나 정성평가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대학에 권고해야 한다. 대학이 평가의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지원 자격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행위는 교육 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성을 저버린 처사다. 입시 제도의 변화가 특정 학생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정교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 교육 행정의 존립 이유다.

 

아울러 수시에서 차단된 N수생들이 정시로 대거 유입될 때 발생할 점수 인플레이션과 재수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정시 모집 내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차단이 아니라 전형의 다변화와 정성평가의 내실화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수험생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 당국과 대학이 완수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제도 개편이 불공정과 또 다른 차별을 낳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속히 범정부 차원의 입시 점검단 구성과 대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 분단된 대입의 룰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자신만의 최적 트랙에 집중해야 하는 수험생의 생존 전략

 

결론적으로 2028 대입 구조는 입시의 이분법적 고착화를 마침내 완성했다. "재학생은 수시, N수생은 정시"라는 공식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명제가 됐다. 제도 개편의 과도기마다 수험생들은 늘 혼란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신분에 따라 지원 기회 자체를 제도적으로 갈라치기한 경우는 없었다. 변화된 규칙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명확하다. 재학생은 완화된 내신 등급에 안주하지 말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을 학업 역량을 철저히 벼려야 하며, N수생은 좁아진 수시 문틈을 미련 없이 돌아서 정시라는 압도적 변별력의 전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내신 등급이 완화됐다고 해서 대학들이 학업 역량 검증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학생들은 더욱 정교한 학생부 관리와 수능 대비를 병행해야 한다.

 

대입 제도의 설계자들이 그어놓은 선을 원망하고 대학의 이기주의를 탓하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와는 별개로, 수험생 개개인은 바뀐 룰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자신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트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는 것만이, 이 거대한 대입의 분단 사태와 잔혹극 속에서 승리하는 유일하고도 명쾌한 방책이다. 입시는 결국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해내는 외로운 싸움이다. 제도의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본질적인 학업 역량을 쌓아 올리는 것만이 그 어떤 거친 풍파 속에서도 합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조속한 정책 보완과 현명한 수험생의 결단이 맞물릴 때 비로소 꼬여버린 대입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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