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 개인사업자대출 163.5조…취약 대출 집중
60대 이상 금융부채 405.7조…비은행 부실 전이 우려
국내 자영업자 대출이 1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1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의 영세화와 고령화, 부동산업 대출 집중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부실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DB 기준 올해 1분기 말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는 32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1095조5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 가계·기업대출의 28.5%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빠르게 증가한 뒤 2023년부터 증가세가 둔화했다. 그러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은 오히려 깊어졌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2.04%였지만 저소득 또는 저신용 다중채무자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68%까지 상승했다.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0.77%의 16배를 넘는 수준이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4.93%에서 올해 1분기 말 12.68%로 7.7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비취약차주의 연체율 상승폭은 0.61%포인트에 그쳐 차주별 부실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 취약차주 연체율 12.68%
기업생멸통계상 연매출 5000만원 미만 개인사업자는 전체 개인사업자의 52.2%를 차지했다. 이들의 소멸률은 16.1%로 매출 규모가 큰 사업자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온라인·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영세 사업자는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마케팅에 대응하기 어려워 매출 부진과 폐업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와 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업의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국세통계상 부동산업 개인사업자는 2015년 말 152만1000개에서 2024년 말 252만4000개로 늘었다. 이들이 국내은행에서 빌린 개인사업자대출도 2015년 1분기 말 70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63조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가계부채DB 분석에서 부동산업 자영업자는 평균 4억7400만원의 사업자대출과 1억4200만원의 가계대출을 보유했다. 다른 업종 평균보다 각각 2.2배와 1.7배 많은 규모다.
부동산임대업 차주 가운데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규제 기준인 1.5배를 밑도는 차주는 18.7%였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전체 부동산임대업 대출의 59.0%에 달했다.
◆ 60대 이상 금융부채 405.7조
고용통계상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지난해 269만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41.2%를 차지했다. 가계부채DB 분석에서 고연령 자영업자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2015년 말 96조원에서 올해 1분기 말 405조7000억원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저소득 자영업자 가운데 고연령 차주의 비중은 56.1%였다. 고연령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은 3억9000만원으로 청년층 2억2000만원과 장년층 3억4000만원보다 많았다.
고연령 자영업자는 전체 대출의 36.7%를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빌렸다. 이들이 보유한 비은행 대출은 2015년 말 23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67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전체 비은행 자영업자 대출에서 고연령 차주가 보유한 비중도 같은 기간 19.1%에서 37.1%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고령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이 악화되면 관련 대출이 늘어난 비은행권의 자산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인구 구조 변화로 고연령층의 자영업 진출이 늘면서 차주의 고령화와 창업 수요가 대출 증가에 함께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임 국장은 "고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을 갖고 부동산 임대업이나 중개업 등 건설·부동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경쟁 심화와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이 반영되면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금리 상승과 서비스업 경기 둔화가 겹치면 자영업자 연체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한은의 시나리오 분석에서 최근 금융여건과 과거 평균 수준의 서비스업 경기가 이어질 경우 연체율은 2027년 1분기 2.20%까지 상승한 뒤 둔화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여건이 더 긴축적으로 전환되고 서비스업 경기가 둔화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연체율이 2.58%까지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모든 자영업자에게 일률적으로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보다 차주의 상환능력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는 정상화를 지원하되 회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체에는 채무조정과 폐업·전직·재취업 지원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국장은 "부동산업의 경쟁 심화와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이 자영업자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구조조정과 함께 관련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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