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시대…투자 대기자금 140조원 근접
예금·MMF까지 증시로…가계 자산배분 구조 변화
신용융자 38조·마통 잔액 증가…영끌 투자 재등장
빚투 과열 경고음…사이드카 22회·VKOSPI 70선
연초 4309.63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여 만에 9000선 고지를 밟았다. 코스피 9000선 돌파는 단순한 지수 상승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증권사 계좌에 쌓인 투자 대기자금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는가 하면, 은행 예금에 머물던 시중 유동성과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까지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 강세장이 길어질수록 투자자들은 더 많은 돈을, 더 빠르게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코스피 9000을 넘어 '1만 시대' 기대감이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은 물론 금융권 자금 흐름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39조6947억원으로 140조원에 근접했다. 연초 89조5211억원과 비교하면 약 56% 증가한 규모다. 16일 기준으로는 124조551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둔 돈으로 대표적인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꼽힌다.
주변 자금도 빠르게 증시로 유입될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8일 기준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710조8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696조5524억원 대비 14조3470억원 증가한 수치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7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요구불예금은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기준 MMF 설정액은 262조14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는 자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가계의 자산배분이 예금·부동산 중심에서 상장지수펀드(ETF)·연금 중심의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은 이미 가계자산의 약 70%가 금융자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401(k)·개인은퇴계좌(IRA) 등에서 펀드·ETF를 통한 장기 자산 축적이 보편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가계의 위험자산 접근성을 높일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가계 자산 배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46%까지 상승하며 정점을 형성했지만 지난해에는 43% 수준으로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현금·예금 비중이 4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금 깨고 빚까지 낸다…증시로 향하는 자금
단순히 예·적금을 깨는 것만이 아니라 빚을 내서 투자하는 '영끌 투자'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사상 최초로 38조원대를 돌파했으며, 이달 16일 기준 37조3856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초 27조원대였던 것을 고려했을 때, 상반기에만 약 10조원이 불어난 셈이다.
은행권 마이너스통장 사용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41조2041억원으로, 한도약정액 대비 실제 인출액(한도소진율)은 약 42.8%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도소진율은 39.4%였으나 지난해 말 41.0%를 기록하며 40%대를 넘어섰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상승하고 있지만, 대출액도 함께 불어나는 모습이다. 마이너스통장 이용자가 늘어난 주요 배경으로 증시 호황이 꼽히는 만큼, 마이너스통장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액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보다 100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8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9909억원으로 4월 말 대비 2조6496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6조8401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으로 꼽힌다. 개인 신용대출 잔액도 총 106조9909억원으로 지난 4월 말(104조3413억원)보다 2조6496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50억원 증가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금 수요가 주식시장으로 집중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증시 상승세에 편승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가 상승할 때는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조정장이 찾아올 경우 손실 규모 역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거래는 일종의 가수요로 무분별하게 활용될 시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투자자의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신용거래자 중에는 레버리지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개인 투자자는 투자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2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연간 기록인 26회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전체 건수의 4분의 1을 차지하기도 한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70선에 머물고 있다. 통상적으로 VKOSPI가 50을 넘으면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본다. 지난 9일 91.23까지 닿았으며, 지난달 27일부터 줄곧 7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