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쇼크·금리 인상 우려·스페이스X IPO 수급 부담에 반도체주 급락
"메모리 고점, 업황 꺾인다" VS "조정은 기회"…반도체 둘러싼 시각차
CPI·스페이스X·마이크론 실적 앞두고 변동성 확대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실적 충격과 금리 인상 우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둔 수급 부담이 겹치면서 AI 랠리가 정점을 통과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다만 국내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AI 투자 사이클 종료가 아닌 단기적인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해석하며 오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어,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와 증권가의 판단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15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8.43% 하락한 30만1250원, SK하이닉스는 5.36% 내린 195만9000원에 거래되는 중이다.
이번 조정의 배경에는 금리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시장금리 상승은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AI·반도체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레이몬드 제임스는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증가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요 둔화를 이유로 시장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업황이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NP파리바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 중반 고점을 형성한 뒤 내년 초부터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자금이 AI·반도체주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들은 스페이스X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익실현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주가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업황 악화의 신호로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시장을 흔든 것은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의 SOCAMM2 채용량 축소 논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둔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증권가는 공급 부족에 따른 사양 조정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OCAMM2 채용량 감소는 수요 감소가 아니라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사양 재분배와 출하 구성 조정의 의미"라며 "AI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고 공급 부족 상황도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SK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61만원, 400만원으로 유지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주가와 목표주가의 방향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정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증권가는 오히려 실적 추정치를 높이고 있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증권사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9만원에서 53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31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올렸다. 에이전트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장기 공급계약 확대를 반영한 결과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정을 단기 조정으로 규정했다. 그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AI 투자가 생존의 문제인 만큼 투자를 줄이기 어렵다"며 "반도체 업황 강세가 지속되는 한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BNP파리바 등이 제기한 메모리 고점론에 대해서도 "AI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데이터센터 내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정점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정은 과열됐던 주가와 수급 부담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과정"이라며 "향후 주요 경제지표와 실적, 수급 흐름이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AI 기대 약화와 금리·환율 변수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1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12일 스페이스X 상장, 24일 마이크론 실적 발표 등이 향후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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