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티켓도, 유류할증료도 필요 없다. 가벼운 발걸음만으로 스페인과 프랑스, 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네팔과 미국까지 세계 각국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경기도 곳곳이 다채로운 세계 음식 문화를 품은 '미식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 셰프가 직접 선보이는 정통 요리와 이국적인 공간은 식사를 넘어 작은 해외여행의 설렘을 선사한다.
◇ 스페인의 태양을 담은 한 끼, 과천 '엘 올리보'
과천 선바위역 인근에 자리한 '엘 올리보'는 스페인어로 '올리브 나무'를 뜻하는 정통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다. 3층 규모의 건물은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스페인 현지의 감성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1층 와인 셀러를 지나 2~3층 다이닝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스페인의 고풍스러운 저택에 초대받은 듯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신록이 짙어지는 초여름에는 테라스 좌석이 특히 인기를 끈다.
대표 메뉴는 스페인의 전통 쌀 요리인 '먹물 빠에야'다. 오징어 먹물을 입힌 생쌀과 각종 해산물을 넉넉하게 담아내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쫄깃한 문어와 부드러운 감자를 유기농 올리브오일과 스페인 훈제 파프리카 가루인 피멘톤으로 버무린 '뽈뽀 콘 파타타'도 인기 메뉴다.
이곳의 빠에야는 생쌀을 직접 조리하는 정통 방식을 고수해 완성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하지만 이 기다림마저도 스페인 식문화를 경험하는 즐거운 과정이 된다. 핀초스와 감바스 알 아히요, 깔라마리스 등 다양한 타파스를 곁들이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스페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 대학가에서 만나는 북아프리카의 맛, 수원 '벨라튀니지'
수원 율전동 성균관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벨라튀니지'는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미식을 아우르는 마그레브 지역의 정통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북아프리카 음악과 함께 튀니지 현지 식당을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표 메뉴는 듀럼밀을 잘게 빻아 만든 전통 음식 '쿠스쿠스'와 장시간 은근하게 끓여낸 스튜 요리 '타진'이다. 특히 양고기 타진은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풍미를 자랑하면서도 양고기 특유의 향을 부담스럽지 않게 잡아낸 것이 특징이다.
2016년부터 튀니지 출신 셰프가 직접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곳은 대학가 상권에 맞춰 대부분의 메뉴를 1만 원 이하로 선보인다. 덕분에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부담 없이 여러 메뉴를 주문해 북아프리카 음식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 동편마을에서 만나는 프랑스 가정식, 안양 '르디쉬'
안양 동편마을 카페거리에 자리한 '르디쉬'는 프랑스 가정식의 따뜻한 매력을 전하는 레스토랑이다. 매장에는 주인이 직접 촬영한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과 베르사유 궁전의 풍경 사진이 걸려 있어 작은 프랑스 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 메뉴는 프랑스 남부 지방의 전통 채소 스튜인 '라따뚜이'다. 가지와 토마토, 파프리카 등 제철 채소를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내 깊고 풍성한 맛을 완성한다. 치커리류 채소인 엔다이브를 구워 단맛을 끌어낸 '엔다이브 잠봉 그라탕'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르디쉬는 프랑스 전통 요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고객들의 입맛을 세심하게 반영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즐기는 미국의 맛, 평택 '크레이지윙스앤버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 초입에 위치한 '크레이지윙스앤버거'는 미국식 수제버거와 핫윙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네온사인과 각종 포스터, 미국 팝 음악이 어우러진 매장 내부는 현지 캐주얼 레스토랑의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신선한 채소와 두툼한 패티, 녹아내리는 치즈가 어우러진 수제버거는 물론 일부 식재료를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본토의 맛을 살렸다. 인근에 위치한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와 안정리 로데오거리 특유의 국제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마치 미국 소도시의 식당을 찾은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 안산 다문화거리에서 만나는 실크로드의 향기, '후르셰다사마르칸트'
안산 다문화음식거리에 위치한 '후르셰다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의 맛과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할랄 방식으로 조리한 양고기와 소고기 요리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특유의 깊고 묵직한 풍미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인 '오쉬'는 우즈베키스탄식 볶음밥으로, 사마르칸트 지역 특유의 방식대로 밥과 고기를 층층이 쌓아 담아낸다. 향신료에 숙성한 고기를 숯불에 구운 '샤슬릭'과 고소한 육즙이 가득한 '삼사'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특히 식당에서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특유의 접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주문 시 밑반찬처럼 준비된 음식들을 직접 테이블로 가져와 보여주는 방식과 고려인 음식인 당근김치 '마르코프차'는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을 더한다.
◇ 16년째 이어온 네팔의 맛과 인심, 용인 '퍼스트네팔히말라야'
용인 단국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퍼스트네팔히말라야'는 네팔·인도 요리 전문점이다. 네팔 포카라 출신 셰프가 16년째 같은 자리에서 운영하며 현지의 맛과 정을 전하고 있다.
식재료를 네팔에서 직접 공수하고 현지 셰프가 조리를 맡아 정통성을 살렸다. 매장 내부 역시 네팔 전통 소품으로 꾸며져 현지 식당을 방문한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커리는 9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넣고 5시간 이상 끓여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특히 버터와 크림이 어우러진 '버터 치킨 마크니 커리'는 부드럽고 진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문 즉시 전통 화덕에서 구워내는 난과 함께 즐기면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대학가에 위치한 만큼 무제한 밥 리필과 바나나 라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넉넉한 인심으로 학생들의 발길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경기도 곳곳에 자리한 세계 음식점들은 단순히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는 공간을 넘어 각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 식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여권 없이도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여행. 올여름, 경기도에서 세계 미식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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