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에 속도
금융당국, '금가분리' 9년 만에 점진적 폐지 추진
금융-가상자산 결합 움직임…'경쟁력' 선제 확보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권 진출을 가로막았던 '금가분리'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7년 도입했던 금가분리 원칙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주요 금융사들도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분확보 경쟁에 뛰어 들면서다. 올 하반기 예정된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에 따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권 및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 국내 거래량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 2%를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액은 약 3100억원으로, 삼성증권은 투자의 목적을 가상자산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확보라고 밝혔다. 같은날 한국투자증권도 해외 거래소 OKX와의 협약을 통해 코인원의 지분 20%를 확보했다.
국내 금융권은 올해 들어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15일 1조원 가량을 투자해 두나무 지분 약 7% 확보했으며, 20일에는 기존 두나무 주주였던 한화증권이 추가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10%까지 늘렸다. 올해 초에는 미래에셋그룹이 자회사를 통해 코빗을 자회사로 인수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권에서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금가분리' 원칙이 폐지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지난 2017년 12월 가상자산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가상자산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금가분리 원칙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 거래소 지분투자 및 담보취득을 막는 조치다. 명시적인 법령은 없었지만, 사후규제의 가능성이 컸던 만큼 금융권에서는 가상자산 업계 지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왔다.
금가분리의 관행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말 두나무와 네이버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기업결합을 발표한 이후다. 네이버는 Npay(네이버페이)를 통해 간편결제사업을 운영중인 만큼, 시장에서는 두나무와 네이버의 결합을 허용한 금융당국의 방침을 금가분리 원칙의 점진적 폐지로 받아들였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가분리 원칙을 명시적으로도 폐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가분리는 2017년 가상자산 투기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됐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장의 표준에 맞춰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과 함께 금가분리 원칙 폐지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만큼, 금가분리 원칙은 올 하반기로 예정된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입법과 함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가상자산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 사후규제 가능성을 해소하는 법안으로,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 거래 허용·파생상품 취급 허용 등 내용도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함께 검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금융권의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가상자산이 비용·규제 효율성을 통해 전통금융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에서는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을 결합한 '메가앱'도 등장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가상자산을 동시에 중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도 거래소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국내 거래소도 가상자산 거래 감소에 따른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침체를 겪고 있어, 전통금융과 연계한 파생상품 판매 가능성 등은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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