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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CEO 와칭]부친이 반석위에 올려놓은 회사 글로벌 기업 만든 KCC 정몽진 회장

KCC, 1958년 '금강스레트'로 첫 발…2028년 창립 70주년
선친, 도료·유리등 국산화 공로…60여년간 '현장 경영'
鄭 회장, 중국·인도·베트남·사우디 등 글로벌 공략 박차
美 '모멘티브' 인수등 실리콘 사업 무한 확장…'효자 사업'
"우리 도전, '글로벌 TOP'으로 세계 리드하는 날까지 계속"
'3세 경영' 장녀 정재림 상무 수순?…현대家 이례적 평가

 

정몽진 KCC 회장.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란 달을 멀리서 지켜보기 위해 고성능 망원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달에 가기로 마음 먹는 도전정신을 뜻합니다. KCC의 도전은 인류가 50여년 전 달에 첫발을 내딛었던 것처럼 열정적이고 담대합니다. 우리의 도전은 글로벌 TOP 플레이어가 되어 세계를 리드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KCC 정몽진 회장(사진)이 2021년 펴낸 2020/2021년 KCC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전한 그룹 비전이다.

 

정몽진 회장은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 정상영 명예회장이 반석위에 올려놓은 KCC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이 그의 동생이다.

 

정몽진 회장은 2000년 4월 KCC 회장으로 취임했다. 고려화학에서 이사, 전무를 역임한 그는 직전까지는 고려화학 싱가포르법인장(부사장)을 맡았었다. KCC의 전신인 금강과 고려화학은 같은해 금강고려화학으로 바꿨다. 지금의 KCC 사명은 2005년부터 쓰고 있다.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KCC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위해 더욱 박차를 가했다.

 

'산업보국'이라는 기업 초기의 경영이념에서 국경을 허물어 '더 좋은 삶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다.

 

정 회장은 취임 첫 해 중국 쿤산(KCK)에 중국 최초의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중국은 정 회장이 경영을 본격 시작한 이후 가장 먼저 도전한 곳이었다. 정 회장은 중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세계를 향한 발걸음은 중국을 거쳐 인도와 베트남으로 향했다.

 

실제로 KCC는 인도 법인(2006년 9월), 두바이 해외지사(2006년 11월), 베트남 호치민 법인(2007년 6월), 인도네시아 법인(2010년 6월), 베트남 하노이 법인(2014년 10월), 중국 충칭 법인(2015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법인(2021년 8월) 등을 잇따라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KCC는 이들 지역 외에도 튀르키예,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 독일, 미국 등에 생산·판매법인 또는 사무실을 두고 있는 등 현재 전세계 13개국에 총 36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2011년에는 영국의 실리콘 제품 생산회사 '바실돈(Basildon)', 2019년에는 미국의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Momentive)'를 잇따라 인수하며 실리콘 부문을 글로벌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KCC 관계자는 "실리콘 사업은 산업용·건축용·전기전자용 실리콘 등 기능성 실리콘 소재를 개발·생산하는 것을 넘어 해외 자회사와 모멘티브 간 연계 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협업 기반의 사업 운영 역량을 확대해 주력으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자재·도료등 안정적 사업에 실리콘 '효자'

 

KCC는 연결 기준으로 2025년 6조4838억원의 매출액과 42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도 매출액(6조6588억원)과 영업이익(4711억원)보다 다소 주춤한 수치다.

 

실리콘은 현재 KCC 사업 중 가장 효자 분야로 등극했다.

 

침체 상태인 건설 주택 경기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의료, 제약, 화장품, 건축, 자동차, 전기전자, 우주, 항공 등의 분야에 폭넓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은 작년에만 연결 기준 매출액이 3조671억원으로 전체 매출 중 47.3%를 차지했다.

 

실리콘은 실리콘 메탈 등을 원료로 해 실리콘의 기초 원료인 모노머(Methyl Chlorosilane)를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공정과 이를 원료로 해 다양한 실리콘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공정을 포괄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실리콘과 실란트다.

 

KCC의 모태사업이기도 한 건자재는 지난해 96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 중 14.9%에 그쳤다.

 

내장재인 석고보드, 천장재인 마이톤(암면흡음천장판), 석고텍스(석고천장판)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네랄울(암면), 그라스울(유리면), 세라믹화이버 등 보온단열재도 생산하고 있다.

 

KCC는 페인트로 불리는 도료도 생산하고 있다. 도료는 전방산업인 건설, 자동차, 조선, 전자산업 등의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건축도료, 중방식도료, 분체도료, 일반공업도료, PCM도료, 자동차도료, 플라스틱 도료 등이 주요 제품이다.

 

도료 사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1조90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KCC는 진공관, 고주파 발진부 등 각종 전자기 부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A/M(Alumina Metalizing) 제품과 파워모듈용 세라믹 기판에 사용되는 DCB(Direct Copper Bonding)도 생산하고 있다. 유리장섬유(Glass Fiber) 제품의 경우 내화학성, 강도, 불연성, 전기절연성, 내열 및 내구성이 우수해 전기, 전자, 자동차, 항공기 부품 등의 복합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도료 및 소재 부문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과 기술 기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며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CC그룹 계통도.

◆창업주 정상영 명예회장, 20대 초반에 사업 뛰어들어

 

1958년 탄생한 KCC는 오는 2028년에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의 부친이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은 22세에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1936년생인 정상영 회장은 큰 형인 정주영 회장과는 21살 터울이다.

 

정주영 회장은 막냇동생이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뜻이 정 그렇다면 네 사업을 해봐라. 기왕이면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업이 좋겠다"며 격려했다. 재계에선 정주영 회장과 정상영 회장의 기질이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큰형은 산업보국 정신을 당부하며 막내가 하려는 회사의 이름을 '금강(金剛)'으로 지어줬다. 가장 단단한 보석이 금강석이었고,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에 있는 산이 금강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KCC의 모태인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가 1958년 8월12일 탄생했다. 처음 터를 잡은 곳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이었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는 과거 지붕에 쓰이던 슬레이트를 만들어 팔았다. 선친인 정상영 회장은 직원들 몇 명과 녹슨 슬레이트 초조기 1대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생산기술을 익혀 제품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60년 6월부터였다.

 

다행히도 회사는 새마을운동으로 본격 성장할 기회를 만났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1년 시작한 새마을운동을 통해 초가집이 슬레이트 지붕으로 대거 바뀌면서다. 슬레이트로 승기를 잡은 회사는 자연스럽게 건설업에도 도전한다. 이는 향후 KCC건설(옛 금강종합건설)로 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건설사업부를 신설하고 토목·건축업, 도로포장공사업 면허까지 취득한 금강스레트는 서울 중구 저동 68평 대지에 5층짜리 첫 본사 사옥도 직접 지었다. 1969년의 일이다.

 

KCC 창업주인 정 명예회장은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하며 국산화를 이루는 등 공로가 적지 않았다.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 반도체용 접착제 개발과 상업화에 각각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하며 도료기술 발전에도 큰 획을 그었다.

 

2003년부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21년 1월에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재계에선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인 60여 년간 경영 현장을 묵묵히 지킨 기업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KCC 본사 전경.

◆KCC 후계구도, 맏딸 정재림 상무 '3대 경영' 잇나

 

이렇게 선대로부터 업을 이어받은 정몽진 회장은 용산고를 거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국제경영학)는 조지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받았다. 용산고는 부친인 정 명예회장의 모교이기도 하다. 부자가 함께 나온 용산고에는 정 명예회장이 기증한 건물인 비룡관이 있다.

 

정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배운 영어와 중국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 러시아어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어학실력은 정 회장이 KCC를 이끌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됐다. 게다가 임직원들에게 외국어의 중요성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관련 취미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헌릉로에 있는 '오디움(Audeum)'은 정 회장이 사재 500억원 가량을 출연한 서전문화재단이 만든 오디오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19세기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와 음악 재생기계, 웨스턴 일렉트릭 라우드스피커와 같은 세계적 음향시스템 등이 전시돼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 홍은진씨와의 사이에 딸 정재림, 아들 정명선을 두고 있다.

 

KCC는 현재 정몽진 회장이 지분 20%로 대주주다. 막냇동생인 정몽열 KCC건설 회장도 6.3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둘째인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의 지분율은 2.8%다. 삼형제가 나란히 그룹의 주력회사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 슬하의 정재림·정명선도 각각 1.0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서전문화재단법인도 KCC의 지분 3%을 보유하고 있다.

 

1990년생으로 미국 웰즐리대학과 MIT대학원을 각각 졸업한 이후 2019년 KCC에 입사해 기획 담당임원을 거친 딸 정재림씨는 현재 KCC에서 경영전략부문장(상무)을 맡고 있다.

 

재계에선 정 회장의 장녀인 정재림 상무가 향후 KCC의 바통을 이어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측대로 정재림 상무가 향후 KCC 경영을 맡을 경우 딸이 승계를 받는 이례적인 일이 현대가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반면 정 상무의 남동생이자 1994년 생인 정명선씨는 현재 KCC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2020년 초 KCC로부터 분할해 현재 정몽익 회장이 이끌고 있는 KCC글라스는 대주주인 정몽익 회장(27.15%) 외에 형제인 정몽진 회장(5.78%), 정몽열 회장(2.76%)이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KCC글라스 지분은 정몽익 회장의 맏형인 정몽진 회장의 아들 정명선(0.33%)씨가 누나인 정재림(0.15%) 상무보다 다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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