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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코리아]시장의 허리가 사라진다: K자 양극화와 유통 생존 전략

[창간 24주년기획]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사진

유통 시장이 거대한 분수령에 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전선은 전례없는 호황을 이어가지만 민생과 직결된 내수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거시경제의 온기가 골목 상권과 유통가 전반으로 흐르지 못하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굳어지며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전통 소비 방식과 유통 구조가 무너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내수 시장이 직면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재도약을 위한 '리부트(Reboot)' 전략을 모색해 본다.

 

◆허리가 사라진 유통 시장

 

대한상공회의소의 '2026년 유통산업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0.6%대로, 최근 5~6년 내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도 하락세다. 올해 1분기 RBSI는 79로 전 분기(87)보다 하락한데 이어 2분기 RBSI 역시 80으로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R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업종 별로는 백화점(115)만 유일하게 100을 상회했고, 편의점(85), 슈퍼마켓(80), 대형마트(66)는 부진했다. C-커머스와의 경쟁 ,배송비 부담 증가 등으로 고전하는 온라인 쇼핑(74)은 유일하게 전 분기 대비 전망치가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도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지속 하락하며 지난 4월 99.2로 1년 만에 기준치(100) 아래로 추락했다.

 

유통 시장은 이제 '초저가 실속형'과 '초고가 프리미엄'이라는 두 개의 극단으로 찢어졌다. 이른바 'K자형 소비 양극화'다.

 

K의 윗단에선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일명 '에루샤' 명품 매장으로 소비가 몰려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3조67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년 연속으로 '3조 클럽'을 달성했다. 단일 유통 시설(점포 1개) 기준으로 연간 매출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대한민국 유통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1월7일 만에 누적 3조원을 돌파하며 전년의 기록을 3주 앞당긴 최단기 기록을 경신했다. '에루샤'를 필두로 한 명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고, 상위 1%의 VIP 매출 비중은 50%에 달했다.

 

반대로, K자의 아랫단에선 '초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실속형 가성비 소비'의 대명사가 된 '다이소'는 최근 매년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다이소는 지난 2023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2년 만인 2025년 매출 4조 원을 넘어 4.5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5년 매출 1조 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약 10년 만에 매출 규모가 4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유통가의 허리를 지탱하던 중저가 로드숍, 동네 중소형 슈퍼마켓, 중저가 백화점 브랜드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산층 이하의 가구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아 온라인 최저가와 초저가 매장으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은 5.59배로 전년 동기(5.28배)보다 확대되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유통의 판을 새롭게 짜라

 

유통 업계도 시장의 판을 완전히 새롭게 짜는 '리부트(Reboot)'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존 내수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외래 관광객은 476만 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했다.

 

더현대 서울, 신세계 본점 등은 외국인 전용 컨시어지와 라운지를 확대해 세금 환급, 짐 보관, 환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행사와 카드사 등과 협업을 통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선 상태다.

 

외국인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된 올리브영의 경우, 올리브영N 성수에 이어 지난 3월 두번째 초대형 글로벌 특화 매장 '센트럴 명동 타운'을 열었다. 글로벌 특화 매장에는 영어·중국어·일본어 가능 직원과 세금 환급 키오스크를 배치하는 등 외국인 고객 잡기에 본격 뛰어들었다.

 

편의점은 TV 드라마, 유튜브 등에서 보는 K-문화 체험 공간을 조성, 외국인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CU는 주요 상권에 수백 종의 봉지라면을 벽면 가득 전시한 '라면 라이브러리'를 조성, 한강에서 먹는 즉석조리기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게 만든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GS25와 세븐일레븐 등은 아이돌 K팝 앨범 및 포토카드, 공식 굿즈를 전면에 배치했다.

 

유통 그룹들은 동남아시아와 미국 등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베트남을 글로벌 사업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삼았다. 하노이 롯데센터에 이어 2023년 프리미엄 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열고, 호치민 지역에 대형 복합단지도 개발 중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24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100개 매장을 확보했고, 이어 캄보디아·인도·라오스로 진출하며 국내 편의점 '최초' 타이틀을 잇달아 확보하고 있다.

 

GS리테일은 GS25 베트남(400여개점) 몽골(280여개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2027년까지 글로벌 점포 1000~1500개점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CU 역시 몽골 (약 530여개), 말레이시아(약 160여개점) 등에 이어 미국 하와이에 'CU 다운타운점 1호점'을 열며 국내 편의점 최초로 미국 유통 시장에 진출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내수 부진은 단순한 경기 침체라기보다 인구 구조 변화와 소득 불균형이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전환기로 보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유통의 영토를 국경 너머로 확장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만이 K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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