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첫날 급등…ETF 시총 첫 500조 돌파
반도체가 끌고 비반도체는 소외…코스피 상승에도 하락 종목 800개 넘어
전문가들 변동성 확대 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에서 자금 블랙홀로 떠올랐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0%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선보이면서 '반도체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반도체 두 종목이 사실상 주가 상승을 이끌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증시에서도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 차가 큰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큰놈만 잘나가는 '코스피 디바이드(격차)'다.
◆'투톱' 레버리지에 쏠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한국투신·KB·한화·키움·하나·신한 등 주요 자산운용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과 인버스 상품을 동시에 선보였다.
상장 첫날 이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뭉칫돈이 몰리며 급등했다. 이날 종가 기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2만7775원으로 기준가 대비 18.44% 올랐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2만3695원으로 18.56% 상승했다. 장 초반 급등세를 보였던 삼성전자는 상승폭 일부를 반납한 채 2.68% 상승 마감했다. 이에 삼성전자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5.52% 오른 2만2830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5.53% 상승한 2만10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들 레버리지 상품 덕에 이날 상장지수펀드(ETF)의 시가총액도 역대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이 반도체 대형주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레버리지 상장 효과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 급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2.68%, 9.31% 올랐다.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사상 첫 '30만전자'(주가 30만7000원)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1조달러선을 넘어서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이 일시적인 변동성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증시에 신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주도주이자 개인 수급이 집중된 종목인 만큼 출시 직후 수급 쏠림이 나타날 경우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로 갈수록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시장에선 인공지능(AI)이 메모리 업계의 고질적인 '호황 뒤 불황' 사이클을 끊어냈다는 낙관론이 번지고 있지만, 전문가들과 투자업계에선 과도한 낙관론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블루박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윌리엄 드 게일은 CNBC에 "메모리는 본질적으로 극심한 등락을 반복하는 끔찍한 산업"이라며 "'메모리 사이클은 사라졌고,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됐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업황이 꺾이곤 했다"고 밝혔다.
◆'K양극화' 해소 과제
이날 코스피는 한국 증시 사상 처음으로 8400대에 진입했다. 코스피 급등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약 49%)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70% 이상을 두 회사가 담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회사의 실적 개선 효과만으로도 올해 코스피가 1만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 8000은 한국 증시 역사를 새로 쓴 이정표지만, 그 이면엔 짚어봐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반도체 쏠림과 이로 인한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증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커졌다.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이 확연히 갈리는 증시 양극화도 심화됐다. 이날 코스피가 2.25% 올라 사상 최고치(8228.70)를 기록했지만, 하락 종목은 826개로 상승 종목(75개)의 12배를 넘었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오히려 하락했다.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은 1.7%였지만, 반도체를 빼면 0.8%로 떨어진다. 증시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증시와 실물 경기의 괴리도 크다.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이지만 고환율과 내수 침체로 서민 경제는 겨울이다. 유가가 치솟으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 뛰었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를 2개월 연속 웃돌았다. 고유가·고환율에 이어 고물가까지 3고(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 호황이 소비를 늘리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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