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업황 역전…부서간 누적된 박탈감
삼성 협상이 드러낸 구조적 딜레마
‘부문 70·사업부 30’ 놓고 DS 내부도 충돌
SK하이닉스 이어 삼성까지…산업계 전반 확산 가능성
현대차·카카오 등 임단협 변수로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막판 담판을 벌이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면 21일 총파업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단순한 성과급 규모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등 사업부별 업황이 엇갈리는 구조 속에서 누가 더 가져가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면서다. 부서간 누적된 박탈감과 내부 균열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19일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마지막 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이날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고 있다"며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협상의 본질은 성과급 금액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가져가느냐, 즉 배분의 문제다. 복수의 사업부가 공존하는 대기업에서 성과급 배분은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부서 간 자존심과 공정성 인식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잘 풀리면 구성원 결속으로 이어지지만 잘못 설계되면 내부 균열을 심화시킨다. 이번 삼성전자 협상이 그 민낯을 드러냈다.
◆'부문 70·사업부 30'…DS 내부도 갈렸다
이번 2차 사후조정에서 초기업노조 지도부는 부문 70%·사업부 30% 배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재원의 70%를 모든 사업부에 균등 배분하는 이 구조는 초호황을 맞은 메모리와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파운드리·시스템LSI 간 성과급 격차를 크게 줄이는 방식이다. 메모리 직원들이 성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한 것은 그래서다. 한 반도체(DS)부문 직원은 "24시간 라인을 돌리며 실적을 만들어냈는데 적자 사업부와 같은 선상에 놓이는 게 납득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초기업노조 지도부의 논리를 단순히 무리한 요구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DS부문 내부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실적 부진은 경영진 탓이기도 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업부 간 갈라치기가 오히려 인재 유입을 막고 조직 결속을 해친다는 우려도 있다.
초기업노조가 DS부문 과반 지위를 유지하려면 파운드리 조합원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한 DS부문 직원은 "파운드리·시스템LSI가 노조 과반을 위해 필요한 건 알지만 메모리가 실적을 이끈 만큼 그에 맞는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협상안에서 파운드리에 배분되는 비율은 다소 높다"고 말했다.
◆"엇갈린 업황, 반복된 박탈감"…삼성 내부 균열 키웠다
DX부문 문제는 더 복잡하다. DX부문 직원들의 불만은 단순한 성과급 요구라기보다 누적된 박탈감에 가깝다. DS부문이 실적 부진에 빠졌던 시절 MX사업부가 회사 실적을 이끌었지만 DS부문 직원들은 당시에도 성과급을 거의 받지 못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DS부문이 초호황을 맞았지만 DX부문은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됐다.
결국 사업부별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적으로 엇갈리는 삼성전자 구조상 성과급 배분 문제는 내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DX부문 직원은 "조합비를 내면서도 우리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노조라면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DS부문 내부에서는 DX부문까지 성과급 요구에 나선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과급 갈등이 같은 회사 안에서의 과도한 격차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중재안 기준으로 DS 메모리 직원과 DX 직원 간 성과급 격차는 수십 배에 달한다.
같은 회사, 같은 노조 안에서 이런 차이가 현실화할 경우 비조합원과 협력사 직원들과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는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명의 일자리가 연계돼 있다.
한 DS부문 직원은 "파업 이후 생산 정상화 과정에서 결국 현장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파업을 원하지 않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 삼성 선례 되나…산업계 성과급 갈등 확산
문제는 이번 삼성전자 협상 결과가 산업계 전반의 성과급 협상 선례가 된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발 성과급 요구는 이미 현대차·카카오·포스코로 번졌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쟁의 범위가 보상 체계까지 확대된 지금 그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타결이 되든 결렬이 되든 이번 협상은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성과급은 누구의 것인가. 같은 회사 안에서 수억원의 격차는 정당한가. 노사 어느 쪽도 완전히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옳지도 않다. 대기업 성과급 배분이 구성원 간 박탈감과 사회적 위화감으로 이어지는 구조, 그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는 이번 협상이 끝나도 다음 협상은 이미 예고돼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삼성전자를 거쳐 전 산업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5~6월 주요 기업 임단협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마른 장작처럼 갈등 요인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가 커질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도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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