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달라진다. 한때 '리니지 성공 공식'에 기대던 회사가 이제는 글로벌 신작과 모바일 캐주얼, AI 기반 효율화까지 꺼내 들며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속도를 낸다. 그 중심에는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가 있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를 '재무·전략형 CEO'로 평가한다. 감성보다 숫자와 효율에 무게를 두는 경영 스타일이다. 실제 박 대표 체제 이후 엔씨는 비용 구조 개편과 조직 슬림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엔씨는 올해 1분기 매출 5574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 당기순이익 15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2070%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실적이다.
이번 실적 반등 중심에는 '리니지 클래식'과 '아이온2'가 있었다. 특히 PC 플랫폼 성과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표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부적으로는 연 매출 2조5000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30년 5조 매출 목표 역시 순항 중"이라고 자신했다.
◆'리니지 공식' 넘어서나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단순 실적 반등이 아니다. 엔씨가 '리니지 중심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다.
실제 엔씨는 최근 몇 년간 모바일 MMORPG 의존 구조와 신작 부진, 이용자층 고착화라는 과제를 안았다. 리니지 IP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박 대표 체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과거처럼 특정 대형 MMORPG 한 작품에 회사 성패를 거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현재 엔씨는 ▲오픈월드 슈터 '신더시티' ▲PvP 슈터 '타임테이커스' ▲서브컬처 게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 신규 IP를 준비 중이다. 2027년에는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디펙트' 등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엔씨가 가장 엔씨답지 않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MMORPG 중심 개발사에서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체질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아이온2' 글로벌 승부수
박병무 체제 성패를 가를 핵심 카드는 결국 '아이온2'다. 엔씨는 올해 3분기 '아이온2'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 전인데도 주요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타난다"며 "스팀 서머 게임 페스트 등을 시작으로 마케팅이 본격화되면 의미 있는 성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원준 CFO는 역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서구권 MMORPG 퍼블리싱에 특화된 전문가 그룹을 통해 대규모 이용자 유입과 높은 리텐션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아이온2를 단순 신작 이상의 의미로 본다. 리니지 이후 엔씨가 다시 글로벌 흥행 IP를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라는 평가다.
특히 과거식 BM과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리니지 클래식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엔씨에 따르면 신규 서버 업데이트 이후 최고 일매출을 경신했고, MAU와 PC방 점유율도 견조하게 유지 중이다. 기존 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이용자 유입도 늘어나는 흐름이다.
◆모바일 캐주얼·AI까지 확장
박 대표는 엔씨의 미래 성장축으로 모바일 캐주얼 사업도 키우고 있다.
1분기 엔씨 모바일 캐주얼 부문 매출은 355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사인 리후후와 스프링컴즈 실적이 반영된 영향이다. 특히 리후후는 연간 약 20종의 신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형 MMORPG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다작형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AI 역시 엔씨 변화의 핵심 축이다. 엔씨는 최근 NC AI 분사와 AI 조직 개편을 통해 게임 개발과 운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게임사를 넘어 기술 기반 콘텐츠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반등과 '아이온2' 글로벌 출시 기대감이 맞물리며 박병무 체제에 대한 시장 기대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라고 본다. 과거 리니지 중심 구조에 머물렀던 엔씨가 실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리니지 의존 구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글로벌 메가 히트작 부재 역시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박병무 체제의 성패를 숫자로 확인하려 한다. 아이온2 글로벌 흥행과 신규 IP 안착, 그리고 '리니지 이후' 엔씨의 새로운 성장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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