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갈등, 임금 넘어 ‘이익배분 전쟁’으로
노조 vs 주주단체…삼성전자서 터진 ‘3각 충돌’
“성과급은 누구 몫인가”…산업계 표준 논쟁 확산
삼성전자발 성과급 갈등을 시발점으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 요구가 반도체를 넘어 조선·자동차·바이오 등 전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나아가 노동계의 제도화 요구에 맞서 소액주주단체들이 배당권 침해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노사 2자 구도가 주주 가세로 3각 충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하청 전선 확대까지 우려되며 산업계 전반의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통해 회사가 초과이익에 대해 근로자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금액의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노조 측 자체 추산의 반도체부문(DS) 올해 영업이익을 약 300조원선으로 가정할 경우 성과급 재원은 약 45조원이 된다. 이는 지난해 주주 배당액 11조1000억원의 3배를 넘어서고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 37조7000억원도 초과하는 규모다.
사측은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유지하되 상한 없는 특별포상 제도를 신설해 경쟁사 이상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내놓았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노조 측은 총파업 강행 시 하루 1조원씩 최대 약 30조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필수인력 유지와 우회 생산 등 변수가 많아 단순 계산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동계는 역대급 실적을 만들어낸 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기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기존 OPI 방식이 EVA 기반으로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아 구성원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노조 측 핵심 불만이다.
노사 갈등은 주주단체 가세로 3각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주주행동 실천본부는 노조 규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불법 파업 강행 또는 사측의 불합리한 합의 시 손해배상 청구와 주주대표소송을 경고했다.
이처럼 성과급 갈등이 '직원에게 많이 주면 주주가 손해'라는 제로섬(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구도) 프레임으로 굳어지면서 노사 충돌이 노·사·주주 3자 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정 상법을 근거로 한 경고도 나온다. 2025년 7월 시행된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적으로 추가한 만큼 사측이 노조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할 경우 경영진이 주주대표소송 등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갈등의 전선은 전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소 30% 성과급 배분을 올해 임단협 안건으로 확정했다. 카카오 노조도 영업이익 10% 성과급을 요구하며 교섭이 결렬됐고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방산 업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분출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의 파업이 한국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경쟁국의 반사이익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한편, 18일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가 노사정 합의 틀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번 갈등이 전 산업계 표준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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