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한순간 방심하면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선의의 사람들이 쉽게 속는 것은 몇 가지 인지편향이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진실편향과 낙관편향이다. 진실편향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에 대해 특별한 의심이 없으면 일단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낙관편향이란 나쁜 일은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심리다.
실제로 전자금융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특히 마음씨가 착하고 동정심 많은 사람일수록 함정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범죄심리보고서에 따르면 사기꾼은 동정심을 유발해 피해자의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든다. "고아로 힘들게 컸어요.", "가족이 큰 사고를 당해 급히 돈이 필요합니다." 같은 거짓 신세 한탄으로 피해자의 측은지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몇 년 전 큰 충격을 준 '어금니 아빠' 사건이 있었다. 희소병을 앓는 딸을 둔 아버지가 거리 캠페인과 방송에 나와 치료비 도움을 호소하자 수많은 국민이 수십억 원을 모아 주었다. 그러나 그 중 상당액을 개인 용도로 탕진했을 뿐만 아니라 그는 결국 살인 범죄까지 저지른 파렴치범으로 드러났다.
진실을 신뢰하는 마음은 인간관계의 미덕이다. 하지만 낯선 상황에서는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금전이 걸린 중요한 상황이라면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확인 절차를 거치는 습관이 필요하다. 친한 지인이 급하게 돈을 요구하거나 경찰·검찰 등 공공기관 직원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무언가를 요구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의심하고 반드시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한 마음을 지키되 그 선의가 자신의 약점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부탁이나 제안을 정면으로 거절하기를 어려워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순응 경향성 또는 동조 성향으로 설명한다. 사기범은 작은 부탁을 가장한 요구를 슬쩍 던져 놓고 착한 피해자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걸려들기를 노린다.
실제로 방송인 정준하 씨는 과거 20년 만에 연락이 닿은 동창의 부탁을 받고 돈을 빌려줬다가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 친구는 "여행 중인데 지갑을 잃어 버렸다. 급히 200만원만 빌려줘"라고 전화로 요청했다. 정준하 씨는 고민이 되었지만 끝내 거절하지 못했고, 돈을 보내 준 뒤 곧바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평소 호의를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상대의 부탁이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 사기 수법에 더 취약해진다.
정당한 이유를 들어 부탁을 거절하는 것을 전혀 미안한 일도 무례한 일도 아니다.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합리적으로 거절했을 때 오히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 친군데 이 정도도 못 들어줘?"라거나 "넌 착한 사람이잖아" 같은 말로 압박하면서 선을 넘는 부탁을 계속한다면 그 관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진정한 친구는 호의를 강요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기범에게는 애초에 미안해할 필요조자 없다. 때로는 조금 불편하고 마음이 쓰일 수 있지만 결국 큰 피해를 당하는 것보다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편이 낫다.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어렵겠다", "저도 여유가 없어서 힘들 것 같다" 처럼 완곡하면서도 단호한 표현을 미리 준비해 두면 좋다. 착한 마음으로 베푸는 호의는 소중하지만 자기 보호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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