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를 마무리하는 시점, 백경현 구리시장은 스스로에게 80점을 매겼다.
그러나 이 점수는 성취가 아닌 '미완'에 가깝다. 그는 "행정의 성과는 결국 시민 삶의 변화로 증명된다"며 "남은 20점은 계획이 아니라 결과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1975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한국 행정의 변화를 현장에서 겪어온 인물이다. "쌀밥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시민의 행복을 설계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그의 말에는 지난 반세기의 흐름이 담겨 있다. 그는 "그 시절의 초심, 즉 시민의 배고픔과 불편을 살피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시정은 순탄하기보다 '결단의 연속'에 가까웠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수산물도매시장 도소매 분리다. 그는 "가장 욕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결정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낡은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이전만 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물류 중심의 도매 기능과 시민 중심의 소매 기능을 분리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민관 공동개발 사업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는 취임 이후 기존 사업 구조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과 헐값 매각 가능성을 확인했다. "내 재산이라면 이렇게 했겠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 판단은 사업 지연과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단 1원의 이익이라도 시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같은 결정의 중심에는 도시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자리한다. 그 정점에 있는 사업이 토평2지구 개발이다. 백 시장은 이를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닌 "구리 시민의 자산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이른바 '반값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고, 전체 2만2000가구 중 6600세대를 구리시민에게 우선 배정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그는 "구리 땅에서 시민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토평2지구는 입지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서울과 맞닿은 한강변 입지, 강변북로 지하화 계획, 향후 교통망 확충 등을 고려하면 높은 자산 가치가 예상된다. 그는 "이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특정 지역만 상승하는 '쏠림 현상', 집값 상승에 따른 부담, 교통 혼잡과 교육 인프라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도시 개발은 한 지역의 상승이 전체로 확산되는 구조"라며 "임대주택 확대와 복지 정책으로 형평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6호선과 9호선 연장, 트램 도입, GTX-B 등 광역 교통망 구축을 통해 '개발과 인프라를 동시에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족도시 전략은 더욱 직설적이다. "공장이 막히면 기업 본사를 끌어오면 된다." 과밀억제권역이라는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토평2지구와 사노동 일대에 AI, ICT 기반 연구소와 소프트웨어 기업을 유치해 산업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단순 주거 중심 도시에서 벗어나 일자리와 경제가 함께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화와 교육 역시 핵심 축으로 설정했다. K-POP 돔구장과 시립미술관 건립은 단순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경제 인프라'라는 설명이다. 그는 "고지출 생활인구를 끌어들이는 것이 도시 경쟁력"이라며 구리를 '머무르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국제고, 과학고, 자율형 공립고 유치와 함께 대학 캠퍼스 이전을 검토하며 '교육 원스톱 도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편입 이슈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접근을 택했다. 그는 "교통 개선과 규제 완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치권 축소는 분명한 부담"이라고 짚었다. 이어 "단순한 행정구역 변경이 아니라 시민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백 시장은 시민과의 현장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건넨 운동화와 편지는 그에게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 "현장을 뛰는 시장이 되어달라"는 메시지는 지금도 그의 기준이 된다. 그는 "연임을 바라는 말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맡긴다는 의미"라고 했다.
임기 이후 남고 싶은 평가 역시 단순하다. "그거 백경현 때 한 거야." 그는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거창한 업적보다 생활 속 변화로 평가받는 행정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백 시장은 아직 80점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방향은 명확하다. 개발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남은 것은 체감이다. 베드타운에서 자족도시로의 전환, 그리고 시민 삶의 실질적 변화. 그 결과가 그의 마지막 20점을 채울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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