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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일상에서 마주한 한일 관계의 변화

/김양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일본 도쿄 시부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차로가 있다. 사방에서 신호가 바뀌면 최대 3천 명이 동시에 길을 건너는 장면은 장관을 이룬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오가고 있어 일본 뉴스의 단골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주위에는 충견 하치코 동상도 있어 외국인 관광객도 꼭 한 번은 들르는 명소로도 자리를 잡았다. 며칠 전, 필자는 그 교차로 정면에 있는 건물 1층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했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매장 안에는 굿즈를 고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곳은 바로 BTS의 팝업 스토어였다. 그 순간 '요즘 일본인들은 한국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라는 선입견이 흔들렸다. 역사문제와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면서 양국은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그 여파로 인해 소비 문화에도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부야 한복판에서 목격한 풍경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필자의 기억 속에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역사상 처음 두 개의 나라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 스포츠 대회로 한일 양국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렇게 월드컵 공동 개최가 성사되기 전에 이미 도쿄의 코리아타운이라 불리는 신오쿠보에는 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리고 한국 연예인의 음반과 굿즈를 사기 위해 많은 일본인이 방문하고 있었다.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드라마 '겨울연가'였다.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방송된 이 작품은 일본 사회에 '한류열풍'을 본격적으로 일으켰고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확신시켰다. 문화 교류가 늘어나면서 경제로 이어졌고 민간 차원의 문화, 산업 협력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이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정치·외교 갈등이 심화하면서 양국 관계가 불편해지게 되었고, 그 여파로 인해 민간 영역의 교류도 위축되어 버린 것이다. 서로에 대한 거리감은 다시 커지게 되었고 자극적인 사건들이 하나, 둘 터지면서 그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이번 시부야에서의 경험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둘러보니 BTS의 팝업 스토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한국 컵라면이나 음식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신오쿠보 이외의 지역에서도 '한국 식품 전문점'이 눈에 띄었다. 과거에는 신오쿠보에 국한되어 있었던 한국산 상품들이 이제는 일상적인 소비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의 슈퍼에서도 이제 어렵지 않게 일본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정치·외교적인 갈등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의 문화와 소비 교류는 이전보다 더 넓고 깊게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필자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정치·외교 분야의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일상 속 교류는 이미 국경을 넘어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물론 한국과 일본 관계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문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속적인 대립 관계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정치·외교 분야의 냉기를 빠르게 전환할 수는 없더라도 서로의 문화와 일상을 공유하며,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한일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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