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을 모레 주나"라는 발언 이후 정치권과 정부에서 주식시장 결제주기 단축이 언급되고 있다. 필자가 자본시장연구원에 재직 중이었던 2000년에도 거래일(T)+1 결제주기 단축이 시도됐다. 그땐 언급 주체가 정부가 아닌 증권거래기관과 예탁결제기관이 중심이었다. 당시 우리의 결제주기가 T+2이었던 것에 반해 미국과 일본은 T+3으로, 우리보다 결제주기가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00년대 들어 미국은 당시 증권관리위원회(SEC)에서, 일본 경우엔 대장성 산하 자문기구에서, 서로 유사한 시기에 결제주기를 T+1로 단축하는 작업이 시도됐다. 우리도 이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예탁결제원은 증권결제 연구용역을 한국증권학회에 의뢰했다. 이의 연구 PM을 맡았던 본인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미국과 일본은 거의 비슷하게 T+1 결제주기 도입을 2002년으로 정했다가 다시 연기를 거쳐 미국이 2004년 하반기로, 일본이 2003년 3월로, 목표를 변경했다. 이후 전개 상황을 보면, 한국에서 채권결제가 T+1를 도입했지만, 주식은 종전 그대로이다. 반면 미국은 20년 이상이 걸려서 2024년 5월에 T+1 결제주기를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최초로 시행하게 됐다. 그러나 일본은 2019년 7월에야 비로써 T+2를 도입해 직전 결제주기를 하루 줄였다.
본래 결제주기의 단축은 주식거래 투자자의 현금 상환기일을 신속하게 하려는 데에 있기보다는 주식거래의 최종결과인 결제위험을 줄이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거래일(T)로부터 결제일이 T+2이라고 가정하자. 이 기간에 갑자기 시장에 대폭락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주식매도 상대방인 매수자는 파산이나 결제불이행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만일 결제주기가 T+1로 단축된다면 미결제 잔고수량이 감소하는 만큼에 해당하는 결제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 KOSIS 통계자료를 보자. 2025년 1월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이 각각 9.6조 원, 6.9조 원이고, 2026년 1월에는 각각 27.1조 원과 14.9조 원이다. 1년 사이에 우리 주식시장의 거래 규모가 2배에서 3배까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할지도 모를 결제위험 대비 차원에서 결제주기 단축에 대한 검토는 필요한 시점이다.
주식 매도자가 대금을 빨리 인수하고 주식양도를 늦춘다고 가정하자. 또한, 주식매수자는 주식을 빨리 받고 대금을 늦게 지급한다고 하자. 이 경우 결제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래가 일어난 때 매도 증권을 양도함과 동시에 거래대금을 받는 체계, 즉 '동시결제(DVP·delivery versus payment)'가 필요하다. 이런 동시결제 요건을 현실적으로 충족시키면서 결제비용 절감의 효율화를 도모한 방식이 차감결제제도(netting system)이다. 차감결제는 거래상대방별로 동일종목에 대한 증권매도와 매수를 상계한 순포지션을 산정해 결제를 수행함에 따라 결제 건수와 결제대금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결제방식이다.
대부분 국가의 주식결제에서 사용되는 차감결제제도에는 일별차감제도(DNS·daily netting system)와 연속차감제도(CNS·continous netting system)가 있다. DNS는 현재 우리가 운용하는 제도로서 결제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DNS 체계에서는 결제일에 결제가 완결되어야 하며, 완결되지 못하는 경우 결제불이행으로 처리된다. 반면 CNS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운용하는 제도로서 결제실패를 용인하는 특성이 있다. CNS 체계에서는 결제일에 결제를 못하더라도 결제불이행으로 처리하지 않고 대신 익일로 넘겨서 전날 결제부족분과 당일 결제분을 합쳐서 순포지션만이 결제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T+1로 결제주기를 변경하려면 현재 거래일별 순포지션을 결제하는 DNS가 아니라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CNS가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그 이유는 T+1로 결제주기가 단축됨에 따라 거래 익일에 발생할지도 모를 결제불이행에 대비한 결제제도가 요구되는 데에 있다.
그러면, 미국이 T+1 결제주기 도입에 20년 이상 걸리면서 가능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또한, 우리보다 선진 자본시장인 일본이 아직도 T+1 결제주기 단축을 도입하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우리나라의 결제주기 단축에 대한 방향 설정을 위해 이를 살펴보자.
먼저, 미국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은 금융중심지로 세계 각처로부터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고의 자본·외환 시장으로서, 다른 나라 투자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2026년 3월 26일 나스닥(Nasdaq)시장의 일거래대금은 4545억 달러로서 우리의 거래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 국가로서 가장 현금성과 유동성이 높은 달러에 기초한 자산거래시장이며, 시장참여자인 각국의 투자자는 이를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서 미국은 T+3 결제주기를 채택하였던 과거 시기에도 결제주기 T+1 단축의 기반이 되는 CNS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일본이 결제주기 T+1 단축을 도입하지 못한 이유는 시스템 구축에 수반되는 기술이나 자본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주된 이유는 일본과 다른 시간대에 있는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거래시간 차이, 그리고 주식결제와 엔·달러 결제에 따르는 환전 시기, 한국보다 더 높은 외국인 투자 비중, 그리고 국제간 결제에 따른 보관은행(custodian) 업무절차 관행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한국 경우도 일본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런 점들을 함께 고려하여 정부는 T+1 결제주기 시기를 특정하지 말고 결제주기 단축문제를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비록 결제주기 단축이 늦어지더라도 결제위험감소는 물론이고 공매도를 포함한 시장 제도의 효율화 등도 가능하게 하는 CNS 도입이 순차적인 절차라 생각된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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