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업계의 저당(低糖) 전략이 '얼마나 줄였는가'에서 '무엇으로 대체했는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당을 덜어낸 빈자리를 통곡물, 식이섬유, 유산균, 기능성 성분 등으로 채우는 이른바 '대체 설계'가 제품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단순 감미 조절을 넘어 영양 구성과 포만감, 식감까지 재설계하는 흐름으로, 원가 구조와 원료 수급, 제품 포지셔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저당 트렌드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초기 저당 제품이 '덜 단 맛'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덜 달지만 더 채워진 한 끼' 또는 '가볍지만 기능을 보완한 음료'처럼 소비자 체감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단순히 당을 줄인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원료 조합과 영양 설계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대표적으로 켈로그는 저당 그래놀라 제품에 통곡물과 식이섬유를 전면에 배치했다. 당류를 대폭 낮추는 대신 올리고당, 꿀, 스테비아 등을 활용해 단맛의 이질감을 줄이고, 고대곡물 '파로'를 포함한 통곡물 7종과 식이섬유를 더해 포만감과 식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당을 줄인 뒤 생길 수 있는 허전함을 원료 구성으로 상쇄한 사례로, '저당=가벼움'이라는 인식을 '저당=균형 잡힌 한 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소스류에서도 유사한 접근이 나타난다. 청정원은 지방과 칼로리를 절반 이상 낮춘 '하프 칼로리 마요네즈'에 식이섬유와 미생물 발효 산출물 등 식물성 소재를 적용했다. 지방 저감으로 비어지는 조직감을 다른 소재로 메워 기존 질감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감 기술이 단순 감산이 아니라 '대체 충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음료 시장에서도 '채우는 전략'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메가MGC커피는 hy와 협업한 '저당 꿀배 XO 야쿠르트'에 유산균과 과일 원료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과 지방 부담을 낮추는 대신 유산균 수와 풍미 요소를 강조해 기능성과 맛을 동시에 보완했다. 더벤티 역시 '밸런스업 스파클링'에 타우린과 비타민을 더해 저당·저칼로리 음료에 기능성을 결합했다.
설탕이나 액상과당 대신 통곡물, 식이섬유, 기능성 원료, 발효 소재 등을 적용하면 원재료 단가와 공정 비용이 함께 상승하게 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채우는 설계'를 택하는 것은 단기 마진보다 제품 포지셔닝과 브랜드 체력을 고려한 전략에 가깝다.
저당 제품을 통해 건강 이미지를 강화하면 브랜드 신뢰도와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고, 동일 브랜드의 다른 제품군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후광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저당 시장의 '2단계 경쟁'으로 해석한다. 1단계가 당 저감 수치 경쟁이었다면, 2단계는 대체 원료와 영양 설계 경쟁이라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당이 몇 g 줄었는지'보다 '그래서 무엇이 더 들어갔는지'를 더 따진다"며 "저당 제품이 많아진 만큼 비워낸 자리를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브랜드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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