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장이 기후위기의 타격을 받고 있다.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농산물 수급 불안은 일시적 변수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고착됐다. 재배적지가 사라지고, 농가는 밭을 버리고, 소비자 먹거리가 불안정한 악순환이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이 국내에서도 시급하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로 부각된다. 지난 2024년 8월 '농업 전문가' 홍문표 전 국회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으로 부임했다.
의원직 4선을 지낸 홍 사장은 임기 도합 16년의 대부분(14년간)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2008~2011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역임한 '현장형 농정 전문가'다.
의정활동 기간 농기계 임대법을 비롯해 면세유 5년 연장법 등 농어민 소득에 직결되는 법안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왔다. aT를 이끄는 그는 '기후위기 대응 및 식량안보 확보'를 거듭 강조한다. 이와 연계해, 신품종 개발과 K-푸드 수출 확대에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취임 한 달 만에 TF 가동, 처(處)로 격상
홍문표 체제하에서 aT의 기후변화 대응은 전면 가동되고 있다. 과거 aT의 기후 관련 업무는 수급안정이라는 틀 안에서 부분적으로 다뤄져 왔다. 그러나 폭염이 반복될수록 고랭지 배추 산지는 줄어들고 금(金)배추라는 말이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되면서 농산물 수급의 불확실성은 체감 가능한 위기로 다가왔다.
홍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현장을 돌며 위기의 무게를 확인했다. 이어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기후변화 대응 수급 TF(전담반)를 발족했다. 당시 그는 "기후문제는 각국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지 코로나19처럼 어디선가 백신을 생산해서 보급하는 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장에선 기후문제와 매일 맞닥뜨리고 있는데 국회와 정부만 믿고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TF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는 TF를 '기후변화대응부'로 격상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정원 28명 규모의 '기후변화대응처'로 한 계단 더 끌어올렸다. TF에서 부(部)로, 다시 부에서 처(處)로 조직 위상을 단계적으로 높이며 기후위기 대응을 aT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게 했다. 연구부터 생산,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체계화해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현장에서의 이행도 매우 구체적이었다. aT는 작년 7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발 400~500m 이상의 준고랭지 지역에서 더위에 강한 배추 신품종 '하라듀'의 시범 재배에 착수했다.
고랭지 배추의 재배적지가 사라져 가는 상황에 맞선 직접적인 해법이다. 수확된 배추는 정부가 수매해 수급 물량으로 확보하고 김치 제조 실증 검사까지 병행해, 신품종의 상품성을 검증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홍 사장은 지난해 8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기후환경포럼'에서 "식량이 곧 무기인 시대에 식량안보 위기는 곧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7대 혁신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농업 현장이 곧 세계시장의 기반...K-푸드 수출
기후위기에 대응해 농업 기반을 유지해 나가는 일은 국가의 중대한 숙제가 됐다. 세계 시장에 나갈 대한민국 농산물이 확보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K-푸드 수출의 뿌리는 결국 전국 각지의 농업 현장일 터. 홍 사장이 기후위기 대응에 그토록 속도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업 기반이 흔들리면 수출의 근간도 함께 무너진다. 홍 사장은 취임 이후 기후위기 대응과 수출 확대를 하나의 연결된 전략으로 가동했다.
그 위에서 숫자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 수출실적은 135억6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화로 20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농식품 단독으로도 역대 처음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가공식품이 87억5000억 달러(전년대비 5% 증가), 신선농식품이 15억 달러(0.4% 증가)로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세 가지 동력이 작용했다. ▲K-푸드 전통의 건강한 맛과 이미지 ▲간편하고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 개발 ▲K-드라마·K-팝 등 K-컬처 인기에 따른 글로벌 관심 확대가 동시에 기여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성과가 있다. 딸기·포도 등 대표 신선품목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고, 한우의 경우 중동 지역(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으로 진출하며 새 시장을 열었다. 익산농협의 생크림 찹쌀떡이 대·중소 협업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완판되는 사례도 나왔다. 품목의 다양화와 시장의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일상의 식문화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한우의 UAE 첫 수출은 쉽게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었다. aT 두바이지사는 2022년부터 현지 수요조사와 제도 분석에 착수했고, 국내 도축장의 할랄 인증 절차를 전방위로 지원했다.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횡성 소재 도축장이 UAE 정부의 할랄 도축장 인증을 획득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또 같은 해 6월 두바이에서 열린 K-푸드 박람회에서는 할랄 한우 런칭쇼를 개최해 현지 바이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9월에는 도축장 최종 등록 승인까지 마쳤다. 이후 10월 냉장·냉동 한우고기가 인천공항과 항만을 통해 UAE행 선적을 개시했다.
정부·공공기관·민간이 함께 3년간 쌓아온 협력의 결과물이다. 홍 사장은 이 흐름을 이어 다음 목표로 인구 2억8000만 명의 인도네시아 할랄시장 진출을 제시하고 있다.
유통구조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aT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통해 농산물 유통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동시에 직거래 장터를 확대해 농민이 생산한 우리 농산물을 제값에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줄여 양쪽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지향하는 것.
향후에는 '글로벌 NEXT(넥스트) K-푸드 프로젝트'를 통해 권역별 전략 품목을 발굴하고, 민간 기업의 히트 상품 육성을 집중 지원한다. ▲북미의 발효·간편식품 ▲유럽의 비건·냉동식품 ▲아세안·중동의 할랄식품 등 시장 맞춤형 품목군을 선정해 차세대 수출 스타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수출 현장의 어려움에는 'K-푸드 원스톱 수출지원허브'를 통해 상담 창구를 일원화한다. 아울러 비관세장벽·인증·검역 등의 애로를 신속하게 해소하는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홍 사장은 "대한민국은 전 세계 208개국에 K-푸드를 수출하며 식품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며 "보배 같은 원료를 생산하는 농어민에게도 이익을 나눠줘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그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 혁신방향(7개 세부항목)이 aT 조직에 뿌리내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력이 높아져야 농업 기반이 유지되고 그 위에서 K-푸드의 세계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형보다 현장, 구호보다는 실행에 무게를 둔 행보다.
◆약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現)
-제17, 19, 20, 21대 국회의원
-국회 농해수위, 예결위원장, 교육위원장
-국회 한국·러시아 의회외교포럼 회장
-국회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총재
-국회 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아시아하키연맹 수석부회장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한양대 사회복지정책 석사
-건국대 농화학 학사
-충남 홍성 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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