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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영웅들의 당부, 영상으로 남겨”…신천지 고양지부의 특별한 유공자 보훈 봉사

덕양구 6.25참전유공자회 고양시지회 사무실에서 신천지 자원봉사단 고양지부 봉사자들이 유공자와 대화카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고양시지회 사무실. 신천지 자원봉사단 고양지부 봉사자들이 약속한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무실 안에서는 이미 월례회가 한창이었다. 사전에 월례회 일정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탓에 현장은 잠시 분주해졌다. 그러나 봉사자들은 곧바로 자리를 정돈하고 이미용 도구와 촬영 장비를 세팅했다.

 

다소 어수선하게 시작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 분씩 이미용을 마친 어르신들이 거울을 보며 단정해진 모습을 확인하자, 곁에 있던 회원들 사이에서 "깔끔하다"는 말과 함께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조춘식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고양시지회장도 봉사단을 향해 "이렇게 매번 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회원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조 지회장의 말처럼 고양지부 봉사자들은 지난해부터 유공자들의 이미용 봉사를 위해 고양시지회 사무실을 찾고 있다. 이들의 손길에 도움을 받은 유공자 수는 100여 명에 이른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봉사자도, 봉사현장을 찾는 유공자 어르신도 늘어 봉사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유공자회원들은 "우리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손길"이라며 "꾸준한 방문이 약속이 되고, 반가움이 된다. 소소한 삶의 기쁨"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미용뿐 아니라 '유공자 삶의 기록'으로 영역 확장

 

이날 봉사의 중심은 이미용만이 아니었다. 봉사단이 준비한 '대화카드'가 펼쳐지자 유공자회원들이 높은 관심과 집중도를 보였다. "요즘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가요?"라는 첫 질문에 어르신들은 지회 사무실에서 전우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그리고 봉사단이 매달 와서 머리도 다듬어주고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등의 답변을 남겼다.

 

한 유공자회원은 "우리 사무실이 월례회만 반복해서 하는 공간이 아니라 반가운 사람들이 오는 공간이 돼서 좋다"고 말했다.

 

봉사자 이경숙 씨는 "이 사무실이 어르신들께는 전쟁을 함께 통과한 세대가 서로를 확인하는 삶의 자리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 자리에 함께하며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두 번째 질문이었다. "젊은 날 꾸었던 꿈은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공무원을, 또 다른 이는 대학교수와 판사를 이야기했다. 한동안 조용히 있던 어르신도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답변이 막히는 이가 있으면 옆에 앉은 다른 유공자가 나서서 "이렇게 말하면 되지" 하고 도와줬고, 때로는 "빨리 넘겨"라며 짓궂은 농담도 건넸다.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평소 말수가 없는 편이라던 한 유공자의 이야기였다. 고양지부 봉사자가 그의 젊은 시절 꿈에 공감하며 이야기를 이어가자 표정이 한층 밝아진 어르신은 또렷한 눈빛으로 '꿈 많던 내 젊은 시절' 이야기를 털어놨다. 봉사자는 물론 주변 어르신들 중에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귀를 기울였다. 고양지부 덕분에 새로운 소통과 유대의 장이 열린 셈.

 

◆"청년들이 사회를 바로 봐주길"…전쟁 세대의 당부

 

대화카드는 현재로도 이어졌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던 나만의 힘은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는 참전유공자가 더 우대받는 사회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을 냈다는 답이 나왔다. 고단한 삶을 버티게 한 것이 결국 자신만의 안위보다 다음 사회에 대한 바람이었다는 점이 공통된 답변이었다.

 

"요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 앞에서는 사무실 분위기가 잠시 진지해졌다. 한 어르신은 어린 나이에 참전해 지켜낸 사회인데 지금은 너무 어지러운 모습을 보게 된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눈을 크게 뜨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인 "영웅님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에는 "가족과 사회를 위해 나라를 목숨 바쳐 지킨 삶"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양지부 "봉사 계기로 호국보훈 정신 일깨울 것"

 

이날 봉사단은 대화카드 질문과 답변 장면을 핸디캠과 소형 마이크로 촬영했다. 이미 지난 2월 봉사활동 영상은 편집을 완료해 사무실에서 상영회를 가진 바 있다. 많은 어르신이 "USB에 담아달라", "휴대전화로 보내달라", "기록으로 보존하자"고 호응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고양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매달 이미용 봉사 시에 영상을 함께 보고, 잘 편집해 콘텐츠화할 예정"이라며 "이 봉사활동이 현장에서 이뤄지고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영상자료로 다시 활용돼 더 많은 사람에게 호국보훈의 정신을 일깨우고 헌신에 보답하는 계기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겠다. 우리 고양시에 이처럼 위대한 영웅들이 있음을 앞으로 적극 알리겠다.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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