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을 정밀 모사한 줄기세포 모델(hIEC) 개발
미세 장벽 손상을 실시간 감지하는 원천기술 확보
17종 임상 약물 검증..독성 예측 정확도 94% 달성
국내 연구진이 신약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을 전임상 단계에서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세포 모델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약물의 독성 위험을 정밀하게 예측해 임상 실패율을 줄이고,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모델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국가아젠다연구소 손미영 박사 연구팀은 사람의 장(腸)과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한 세포 모델을 개발해 신약의 위장관 독성을 전임상 단계에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평가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5일 밝혔다.
위장관 독성이란 약물 투여 후 구토, 설사, 점막염 등 장 손상이 나타나는 부작용을 말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임상 중 치료 중단이나 용량 감소로 이어져 신약 개발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이러한 부작용은 장의 보호 기능이 먼저 약해진 뒤 염증과 조직 손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위장관 독성 평가는 주로 대장암 유래 세포(Caco-2)를 사용하거나, 세포가 완전히 죽은 뒤에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이 방법은 정상 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장의 보호 기능이 먼저 약해지는 초기 독성 신호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 장 상피세포(hIEC) 모델은 인간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정상 장 세포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세포와 점액을 분비하는 세포 등 실제 사람의 장을 이루는 다양한 세포들을 함께 갖추고 있다.
특히, 장의 보호 기능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경상피 전기저항(TEER) 값이 실제 사람 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실험실에서도 사람 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했다. 또한, hIEC 모델은 3차원 장 오가노이드로부터 동일한 세포 모델을 제작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항암제, 표적치료제, 소염진통제 등 임상에서 사용되는 17종의 주요 약물을 적용해 독성 예측 정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위장관 독성을 94%의 정확도로 예측했으며, 특이도(Specificity) 100%를 기록해 안전한 약물을 독성이 있다고 잘못 판정하는 오류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또한 기존 방식으로는 항암제에서 확인이 불가능했던 초기 단계의 장벽 손상을 92%의 민감도로 잡아내 성능을 입증했다. 단순히 세포의 생존 여부를 넘어 장벽 기능 변화 자체를 직접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전사체 분석)을 통해 분자 수준에서 약물이 장벽을 약화시키는 근본 원리도 함께 규명했다. 분석 결과, 일부 항암제는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고 세포 사이를 단단히 연결해 주는 세포 골격(Cytoskeleton) 및 접착 관련 유전자들의 활성을 급격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세포가 죽지 않더라도 이를 지탱하는 뼈대인 세포 골격이 먼저 약해지면서 장벽 기능이 붕괴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번 성과는 임상 진입 전 약물의 위장관 독성 위험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간 기반 평가 플랫폼의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불필요한 임상을 줄이고, 동물실험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모델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연구책임자인 손미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실제 인간의 장 기능을 정밀하게 모사한 모델을 통해 약물 유발 장 손상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또한 환자 맞춤형 오가노이드 기반 장 독성 정밀 예측 플랫폼으로의 활용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통해 실증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기초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실험&분자 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2월 12일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생명연 주요사업, 식약처 출연연구개발사업과 과기정통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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