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거래일 동안 12조 털어
전날에만 삼성전자 3.2조, 하이닉스 1.2조 매도
4일 한국등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특히 코스피는 장 중 12% 넘게 하락했다. 전날 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0.8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0.94%, 나스닥이 1.02% 하락한 것과 비교할 때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다. 외국인은 10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이날 하루 7000억원 순매도 했다. 개인도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부사령관 모하마드 아크바르자데가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한 10척 이상의 유조선이 각종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에 탔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짙어지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 움직임이 빨리지고 있다. 위험회피 심리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모습이다.
◆외국인 이탈 빨라져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9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연속 순매도 흐름을 보이며 19조6000억원 어치를 팔았다. 특히 최근 2거래일 동안 약 12조300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국내 증시를 빠르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반도체 종목에 집중되면서 전날에만 삼성전자(3조2106억원)와 SK하이닉스(1조2164억원)를 약 4조500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1.23%, 4.15%씩 급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개인의 수급 공방전이 관전 포인트"라며 "지난달 28일 외국인이 약 7조원 순매도하면서 2000년 이후 일간 최대 순매도 금액을 경신한 반면, 개인은 이날 6조2000억원 정도를 순매수하면서 지난 5일(6조8000억원) 다음으로 일간 최대 순매수를 기록하는 현상이 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지난 2월 한 달간 외국인은 순매 도로 일관했으며, 개인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섰던 상황"이라며 "주중 코스피는 개인의 대규모 수급이 지수 하방 경직성을 제공하겠으나, 장중 변동성은 빈번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3%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94%, 나스닥지수는 1.02% 하락했다.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58% 떨어졌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마이크론이 8%대 급락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1.27%, AMD는 3.94%, 샌디스크는 8.91% 내렸다. 이날 오후 12시 55분 기준 삼성전자는 7.94%, SK하이닉스는 5.64%씩 하락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란 사태'가 반도체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란 이슈가 메모리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기에 주가 하락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오히려 중동전 리스크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 대비 부각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는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비중확대 전략을 지속 추천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증시 어떻게 되나?
앞으로 글로벌 증시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마다 나뉜다. 리퀴드넷의 제프리 오코너 미국 주식시장 구조 총괄은 "장기전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몇 주 동안 시장을 짓누를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이같은 지정학적 충격을 간과할 수 있었으나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RBC캐피털마켓은 과거 지정학적 충돌 이후 증시가 반등했다는 통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하방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적인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 산하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현재로서는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에너지 시장이 안정된다면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경우 반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롬바드오디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새미 차르는 로이터에 "분쟁 장기화로 오일 쇼크가 발생한다면 원자재, 채권 금리, 통화, 석유에 민감한 주식 섹터, 인플레이션 전망, 통화정책 경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의 경우엔 경제성장까지 다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주 투자 분석 업체 카퍼리포트의 분석을 보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 당시에는 다우평균 하락세가 6개월 넘게 장기화했다가 1년 뒤에야 반등했다. 1973년 중동 오일쇼크 때에도 저점 3·6개월 후에는 상승했지만 1년 뒤에는 오히려 저점 대비 25%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충격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때나 올해 1월 베네수엘라 공습 때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로 유명한 미국의 투자자 스티브 아이스먼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투자자들이 '무시'해도 되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스먼은 이같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전쟁이 끝나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덤 헤츠 제너스헨더슨 글로벌자산 책임자는 "석유시장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긴장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기본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며 지정학적 충돌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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